[토론문] “선거보도 심의제도의 문제점과 합헌적 개선 방안” – 언론중재위원회 <진단, 2022 선거 보도> (2022.10.28.)

by | Nov 22, 2022 | 세미나자료, 오픈블로그, 표현의 자유 | 0 comments

글 | 손지원(오픈넷 변호사)

이 글은 2022년 10월 28일 언론중재위원회 주최 <진단, 2022 선거보도> 토론회에서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가 발표한 토론문입니다.

선거보도 심의제도의 문제점과 합헌적 개선 방안

1. 헌법상 명확성 원칙에 위배할 소지가 높은 심의기준

언론·표현의 자유 제한 규제에 있어서는 보다 엄격한 명확성이 요구됨.

“법률은 되도록 명확한 용어로 규정하여야 한다는 명확성의 원칙은 민주주의ㆍ법치주의 원리의 표현으로서 모든 기본권제한입법에 요구되는 것이나,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입법에 있어서는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불명확한 규범에 의하여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게 되면 헌법상 보호받아야 할 표현까지 망라하여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규제하게 되므로 …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경우에 일반적으로 명확성의 요구가 보다 강화된다”

헌재 2002.06.27 결정, 99헌마480

현재 선거보도 심의제도 법조항은 ‘내용이 불공정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공정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제재조치나 시정요구를 할 수 있도록 규정.

‘공정성’은 매우 추상적·주관적·상대적인 불명확한 개념으로 표현물 규제의 적절한 기준이 될 수 없음.

이를 구체화한 심의규정도 판단자의 주관에 따라 판단이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는 개념들로 이루어져 있음. ‘유리 또는 불리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우’, ‘양적, 질적 균형을 유지하지 못한 경우’,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지 않은 경우’,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를 부각하는 경우’, ‘확대, 과장, 누락, 축소, 왜곡한 경우’ 등. 이는 ‘공정성’이란 추상적인 개념의 태생적인 한계임.

선거보도에 대한 반론보도청구의 경우에는 ‘인신공격, 정책의 왜곡선전 등’, ‘왜곡된 선거보도로 인하여’ 피해를 받은 경우로 등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 역시 매우 추상적, 상대적, 주관적인 불명확한 개념임.

이러한 불명확한 개념으로 언론,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규제는 헌법상의 명확성 원칙, 과잉금지원칙 위배 소지가 매우 높음.

2. 정치적 남용 위험

위와 같은 심의기준의 불명확성은 판단자가 이를 자의적으로 해석, 적용하여 표현물 규제를 남용할 위험을 높임.

선거보도는 모두 정치적 표현물이고, 정치적 표현물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더욱 고양된 보호를 받아야 함. 정치권력과 국가가 정치적 표현물과 민주주의 공론장에 ‘공정성’이라는 추상적인 잣대를 가지고 함부로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는 언론의 관치화를 도모하는 것과 다름없으며 그 자체로 반민주적이라 할 수 있음.

선거보도 심의를 담당하는 세 개 기관은 행정기관 혹은 헌법상 독립기관이기는 하지만 사실상 정치적으로 구성되는 기관임을 부정할 수 없고, 위원 임명 구조상 친정부적 성격을 띨 가능성도 높음.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이 추천하는 인사를 포함하도록 규정. 이는 ‘공정성’ 심의 자체가 정치적 심의가 될 수밖에 없고, 정쟁으로 비화될 위험, 정치적으로 남용될 위험이 높은 제도임을 시사함.

3. 심의 대상 범위의 광범성

‘공정성’을 이유로 한 선거보도 심의제도는 원래 ‘방송’에만 있었다가, 신문 등 간행물에도 규정되었고, 인터넷언론사까지로 심의 대상 범위가 점차 확장됨.

방송과 같이 한정된 전파력을 국가로부터 배분받고 독점하는 미디어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강한 규제가 정당화될 수 있음. 그러나 이러한 허가나 독점의 조건, 특권을 누리지 않는 미디어에 대해 같은 수준의 규제를 요구하는 것은 과도함.

언론 규제는 기본적으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소수가 유통 권력을 향유하던 레거시 미디어를 상정하고 만들어져 왔고, ‘언론’을 다른 일반적 표현물과 달리 취급하여 특수한 규제를 해왔던 이유는 이러한 사상의 시장에서 언론이 유통에 있어 특혜를 누린다는 점 및 공신력에 기초하여 대중에게 신뢰도와 영향력이 높다는 점 때문임.

그러나 전파력을 소수의 매체가 독점하지 않는 인터넷 시대, 누구나 언론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된 시대에서는, 언론에 대한 공신력이 현저히 낮아지고, 매체수도 폭증하여 그 영향력도 분산되었으므로, 레거시 미디어 시대와 같은 강한 규제는 정당화되기 어려우며, 오히려 규제의 완화를 고려해야 함.

특히 인터넷선거보도심의 대상에 등록 인터넷언론사 뿐만 아니라, 법과 관행상 어떠한 특권도 부여받지 않은 ‘언론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인터넷 홈페이지’까지 포함하고 있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 아니할 수 없음.

헌법재판소는 “공직선거법상 인터넷 선거보도 심의의 대상이 되는 인터넷언론사의 개념은 매우 광범위하다. 선거방송 심의나 선거기사 심의는 허가ㆍ승인ㆍ등록ㆍ신고 등 공적으로 관리되는 방송 또는 신문 등의 보도만을 대상으로 한다. 반면, 인터넷 선거보도 심의는 이 사건 심의위원회가 인터넷언론사로 지정할 경우 공적으로 관리되지 않지만 언론의 기능을 행하는 다양한 인터넷홈페이지에 대해서도 이루어질 수 있다. 그 결과 여론형성이나 정보제공을 목적으로 개인이 운영하는 홈페이지나 블로그, 단순히 링크로 뉴스를 제공하는 개인 홈페이지도 이 사건 심의위원회의 지정 여부에 따라 인터넷언론사에 포함될 수도 있다. 인터넷이 그 자체로 다수인 사이의 자유로운 의사소통과 정보제공을 위해 활용되고 있고, 오늘날 인터넷을 이용한 1인 미디어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관련 법제상 언론기관으로 분류되지 않은 다수의 인터넷홈페이지도 공직선거법상 규제를 받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인터넷은 저렴한 비용으로 누구나 손쉽게 접근이 가능한 매체로서, 표현의 쌍방향성이 보장되고, 정보의 제공을 통한 의사표현뿐만 아니라 정보의 수령, 취득에 있어서도 좀 더 능동적이고 의도적 행동이 필요하다는 특성을 지니므로, 인터넷은 사상의 자유 시장에 가장 가깝게 접근한 매체라고 할 수 있다. 종이신문과 비교할 때 인터넷언론은 훨씬 적은 자본력과 시설만으로 발행할 수 있고, 인터넷이라는 매체 자체에서 잘못된 정보에 대한 반론과 토론ㆍ교정이 이루어지며, 정보의 다양성이 확보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인터넷언론은 국민 개개인의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확장하는 유력한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인터넷언론의 이와 같은 특성과 그에 따른 언론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에 비추어 볼 때, 인터넷언론에 대하여는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언론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질서 위주의 사고로 인터넷언론을 지나치게 규제할 경우 언론의 자유 발전에 큰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언론매체에 관한 기술의 발달은 언론 자유의 장을 넓히고 질적 변화를 불러오고 있으므로, 계속 변화하는 이 분야에서 규제 수단 또한 헌법의 틀 안에서 다채롭고 새롭게 강구되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음. (헌법재판소 2019. 11. 28 결정, 2016헌마90, 공직선거법 제8조의5 제6항 등 위헌확인)

인터넷 언론사’를 이렇듯 광범위하게 규제하는 것도 문제가 있는데, 나아가 이러한 규제를 유튜브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상의 개인 콘텐츠까지 확장하려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바, 영향력만을 이유로 일반 시민의 정치적 표현에 공정성, 정치적 중립성, 객관성을 요구하는 것은 일반 시민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 자체를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할 것임.

4. 강제적 제재조치와 미이행시 형사처벌 규정의 과잉성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경우 “해당 방송 프로그램 등의 정정, 수정, 중지, 징계, 주의 또는 경고, 권고, 의견 제시”, 선거기사심의위원회의 경우 “정정보도문, 반론보도문 게재, 경고 결정문, 주의 사실 게재 등”,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의 경우에는 “정정보도문의 게재 등 필요한 조치”를 제재조치 등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러한 제재조치나 반론보도 결정 미이행시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음(공직선거법 제256조 제2항).

’불공정‘, ’왜곡‘, ’인신공격‘과 같은 추상적이고 모호한 기준으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강제적 조치를 규정하고 미이행시 형사처벌까지 규정하고 있는 현행 선거보도 심의제도는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헌법적으로 정당화되기 어려운 제도임.

또한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의 경우 “정정보도문의 게재 등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한 부분은 법률유보원칙,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에도 위반할 소지가 높음.

< 개선 방안 >

이미 현행 공직선거법은 언론기관이 선거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각종 금지 및 처벌 규정을 두고 있으며, 이를 통해 충분히 규율 가능.

명확한 기준에 의해 해악과 피해가 중대하고 명백한 경우로 규제 범위를 한정, 축소하여, 허위사실 유포 등과 같은 심각한 사안에 심의역량을 집중하고 신속성을 도모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피해구제 제도로도 기능할 수 있는 길임.

자체, 직권 심의 및 ‘공정성’ 심의 조항을 폐지하고, 후보자 측으로부터 현행 공직선거법을 위반하는 보도로 신고된 경우에만 심의 및 의결.

인터넷선거보도심의제도는 폐지하고, 허가ㆍ승인ㆍ등록ㆍ신고 등 공적으로 관리되는 방송 또는 신문 등의 보도만을 심의 대상으로 축소하여야 함.

공정성 심의를 유지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최소한 표현물 유통 금지나 변경 조치를 강제하거나 형사처벌하는 규정은 폐지하고, 제재조치 등 위원회의 결정사항을 위원회 자체 내에서 공시하고, 유관기관이나 특정 플랫폼에 통보하여 공적 기금 제한이나 포털 뉴스 서비스 내 유통 제한 등 실질적 불이익을 주는 방식을 모색할 수 있을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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