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IGF 2022 ‘Future of Work: Achieving a sustainable gig economy’ 세션 참가 후기

by | Oct 11, 2022 | 세미나자료, 오픈블로그, 오픈세미나, 표현의 자유, 혁신과 규제 | 0 comments

글 | 오경미(오픈넷 연구원)

주제: 긱 이코노미의 지속가능성 탐색

일시: 2022년 9월 12일, 17:30- 18: 50(한국 시간)

사회: 

페이 친 타이| 정책팀장, 토니블레어세계변화연구소(PeyChin Tay, Policy Lead, Tony Blair Institute for Global Change)

올리버 라지 | 선임정책 애널리스트, 토니블레어세계변화연구소(Oliver Large, Policy Lead, Tony Blair Institute for Global Change)

패널: 

조바나 카라노빅 | 이사, 리쉐이핑 워크 (Jovana Karanovic, Founder and Managing Director, Reshaping Work)

제이미 고 | 이사, 그랩(Jamie, Ko, Director, Regional Public Affairs and Policy, Grab)

오경미 | 연구원, 오픈넷(Kyoungmi Oh, Researcher, Open Net Korea)

2022년 9월 12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APrIGF 2022에 사단법인 오픈넷 연구원 오경미가 각 국가의 긱 이코노미 현황을 점검하고 지속가능성을 탐색하는 세션에 패널로 참여하였다. 다음은 오경미 연구원이 주최측으로부터 받은 질문과 대답이다.

1.  한국 디지털 플랫폼의 전망, 현황과 창조산업의 핵심인 웹툰 플랫폼에 대해 소개해 달라.

한국의 디지털 플랫폼의 종류와 형태는 타국가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온/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지는 노무 제공이 이루어지며, 번역, 법률 상담, 금융업무, 디자인, 소프트웨어 개발에서부터 차량공유, 배달, 가사노동에 이르는 등 교환되는 노무의 형태도 매우 다양하다. 디지털 플랫폼 업체와 디지털 플랫폼으로 일감을 구하는 노동자의 수 역시 증가 추세를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역시 다른 국가들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만의 특수한 상황으로는 2015년 우버 서비스 금지, 2020년 차량 호출 서비스인 타다가 금지되었다는 사실을 언급할 수 있다. 한국은 개인택시사업을 하려면 면허가 있어야 하는데, 면허를 합법적으로 거래할 수 있고 매우 비싸다. 개인택시사업자들은 택시회사가 종사자들에게 사납금으로 수입의 많은 금액을 가져가서 독립한 경우가 많음. 개인택시사업자들은 차량 호출 서비스가 경쟁을 심화시킬 것이라 예상해 집회와 시위로 반대 입장을 표출하고 그 과정에서 4명의 택시 기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 택시사업자로 등록하지 않고는 차량 호출 서비스 사업을 할 수 없도록 법이 개정되었다.

한국에서 웹툰은 2000년대 초중반 다음(지금의 카카오)과 네이버가 디지털 형식으로 만화를 무료로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실시하면서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이후 웹툰을 플랫폼으로 서비스하려는 업체들이 증가하면서 웹툰 플랫폼이 만화를 출판하는 기본이 되었다. 오늘날 웹툰 플랫폼은 한국 창조산업의 핵심 근원이 되고 있다. 창조산업의 특징적인 점 중 하나는 높은 위험 요인을 안고 있는 산업이라는 것이다. 저자나 작가, 감독의 인지도가 높더라도, 차기작의 성공을 아무도 보증할 수 없다. 내러티브, 시각적 효과, 저자와 프로듀서, 감독, 배우의 인지도 등 매우 다양한 요소가 성공에 영향을 미친다. 웹툰 플랫폼은 창조산업이 위험 요소를 상쇄하는 방안으로 인식되고 있다. 웹툰 플랫폼은 매우 다양하고 많은 수의 웹툰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웹툰 플랫폼에서 성공한 작품은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할 때 흥행을 어느 정도 보장받았다고 인정받게 된다.

2. 디지털 플랫폼 노동자들은 디지털 플랫폼 노동의 장점으로 일에 대한 통제력, 유연성, 소득을 꼽았다. 한국의 디지털 노동자들 역시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이유는 무엇인가?

디지털 플랫폼은 초기 노동자들을 자신의 플랫폼으로 유인하기 위해 유연성, 통제력을 최고의 장점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현재 플랫폼 노동자들은 플랫폼 노동이 유연성과 통제력, 안정된 수입을 보증하지 않는다며 플랫폼 업체들과 상반되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음식배달 서비스의 경우, 한국 음식배달 플랫폼 업체 중 가장 유명하고 규모가 큰 배달의 민족 자회사인 우아한청년은 2019년까지 배달노동자의 출퇴근을 관리하기 위해 과태로를 부과했다. 근로자가 예고 없이 3회 이상 결근한 경우 계약을 해지하기도 했다. 또한 알고리즘이 할당하는 일에 얼마나 빨리 대응하는 지도 매우 중요하다. 플랫폼 노동자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의 간부는 일감의 할당을 알리는 신호를 무시하면 할당된 과업이 감소하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고 했다. 또 운전자의 평가등급은 할당 받은 일에 대한 반응 속도와 빈도에 의해 좌우되는데, 평가등급이 높을수록 점심시간, 저녁시간 등 주문이 많이 몰리는 피크시간대에 업무를 배정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따라서 디지털 플랫폼 노동자들은 플랫폼의 주장과 달리 알고리즘이 일감을 배정하는 대로 작업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단 한 시간도 유연하게 사용하기가 어렵다.

재능 공유 서비스 플랫폼은 일반적으로 소비자의 만족도, 조횟수나 이용횟수, 업로드한 콘텐츠의 개수 등 다양한 기준으로 등급이 매겨지며 이 등급을 기반으로 노출 횟수가 결정된다. 한국과 같이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서 등급을 유지하기 위해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지 않으면 플랫폼에서 잊힐 가능성 역시 높아진다. 또 자신의 경쟁력을 더 높이기 위해 서비스 제공자들은 자진해서 서비스 이용요금을 낮추는 출혈 경쟁을 할 가능성도 높다.

웹툰 플랫폼의 경우 알고리즘을 통한 콘텐츠 관리와 피디에 의한 작가 관리가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다. 웹툰 플랫폼은 기본적으로 넷플릭스와 같은 추천 알고리즘을 사용한다. 그러나 많은 웹툰 플랫폼은 작가에게 홍보비를 부담하도록 해 일정 기간 동안 웹툰을 웹사이트 첫 페이지의 상단이나 가장 좋은 위치에 전시한다. 또한 작가는 매주 새로운 작품을 업로드해야 하므로 이들을 직접 관리하는 피디가 제 시간에 작품을 업로드할 수 있도록 그들을 관리하고 통제한다. 지금은 폐지되었지만, 몇몇 웹툰 플랫폼 업체들은 작가들에게 지각비를 받기도 했다. 그리고 피디들은 개별 웹툰의 전체적인 스토리 흐름과 색상, 캐릭터의 모습 등 세부 사항에 개입하기도 한다.   

3. 클라우드 플랫폼에 관한 연구에서 주요 과제로 발견한 것은 무엇인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한국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일을 하는 노동자들의 상황은 그렇게 긍정적이지 않다. 긍정적인 예로 웹툰 배경을 거래하는 플랫폼을 꼽을 수 있다. 웹툰 제작에서 작업은 계층적 위계화가 되어 있다. 글과 그림을 담당하는 메인 작가가 있고, 색과 배경을 그리는 보조작가가 있다. 전통적으로 보조작가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했으나 그 정체성은 보조하는 사람으로 한정되어 있고, 급여는 메인 작가의 ⅓ 수준이었다. 그런 탓에 보조작가들의 수명 역시 길지 않다. 메인 작가로 데뷔하지 않는 한 보조작가로 일을 지속하는 것은 어렵다. 배경 플랫폼은 이처럼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한 보조작가들이 모여 웹툰에 필요한 배경을 제작하여 판매하는 전문 플랫폼이다. 초기에는 작가들이 텀블러의 크라우드펀딩을 이용해 배경을 만들어 판매했고 현재는 4-5개의 배경 판매 플랫폼이 존재한다. 

이 경우를 제외하고 한국은 법제도상 플랫폼을 통해 구직활동을 하는 이들이 정규직에 비해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플랫폼 노동의 가장 큰 장점으로 여러 직업을 동시에 가질 수 있는 것을 꼽는다. 그러나 한국의 현행 법상 정규직과 플랫폼 노동자 사이에는 차별이 존재하는데, 현행법상 정규직 근로자는 근로일수 전체를 고용보험에 적용받는다. 그러나 플랫폼 노동자의 경우 고용보험은 소득의 대부분을 버는 플랫폼에만 적용할 수 있다. 또 플랫폼 노동으로만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은  자신이 일을 얻는 여러 플랫폼 중 하나의 플랫폼에 대해서만 실업급여를 신청할 수 있다. 

4. 규제는 플랫폼과 노동자 사이의 힘의 균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규제가 약할 때와 강할 때 노동자의 경험은 어떻게 다른가? 플랫폼과 노동자 사이의 불평등한 경쟁을 해결할 수 있는 구조적 수준의 이니셔티브는 무엇인가?

앞에서 이야기했듯 법에 의해 한국은 차량 공유 서비스업을 할 수 없게 되었다. 법으로 금지된 뒤 타다 드라이버로 일하던 사람들이 타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한국의 법은 고용한 직원이 있는 경우 회사가 마음대로 폐업할 수 없도록 하는 법적 보호장치가 있다. 모든 타다 드라이버가 타다의 직원 관리 및 통제 방식과 인력 고용 방식에 대해 일관된 의견을 표명한 것은 아니다. 어떤 이들은 유연성이 타다의 강점이라고 하였고, 어떤 이들은 타다의 노동자에 대한 근태 관리가 종속성을 증명하므로 근로자로 고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하룻밤 사이에 갑자기 모든 이들이 실직했다는 점, 이것이 문제라는 의식은 모두 동일하게 공유했다. 플랫폼에 대한 규제가 플랫폼이 고용 인력을 하루 아침에 실직하게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타다 사태는 정부가 시장에 직접적으로 간섭하였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이기도 하다.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은 앞으로도 계속 등장할 텐데 지금과 같은 정부의 대응 방식은 시장 참여자들의 대응 능력을 떨어뜨린다. 또 단일 산업 내에서 종사하는 노동자라 할지라도 사회적 지위가 다양할 수 있는데, 타다 서비스 규제의 경우 정부와 국회는 이를 간과했다. 현재 한국은 오후 6시 이후 운행하는 택시가 큰 폭으로 줄었다. 개인택시 면허는 앞서도 말했듯 매우 비싸 개인택시 운전자의 평균 연령은 높으며 이들의 주요 근무 시간은 퇴근 전 오후 6시 정도까지이다. 택시회사 소속 택시기사들의 연령은 상대적으로 젊은 편인데, 이들은 팬데믹 이후 음식배달 플랫폼이 성행하자 택시 회사를 그만두고 음식배달 플랫폼 노동자로 전향했다. 택시 회사가 택시 기사들에게 매우 낮은 수준의 임금을 지불하고 있기 때문이다. 타다 서비스가 시장으로 진입하려 했을 때 개인택시 면허의 비싼 가격, 택시회사의 터무니없이 낮은 임금과 같은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려 했었더라면, 이런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새로운 서비스가 정착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었더라면 지금의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모든 시장 참여자들이 서로의 이해관계를 조율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먼저 고용 인력의 처우를 개선하고 이들이 다른 시장 참가자들과 이해관계를 조율할 수 있는 교섭력을 가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5. 되돌아봤을때, 효과적으로 작용했던 구조적 수준의 문제 해결책과 효과적이지 않았던 해결책은 무엇이었나? 긱 이코노미가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할 일은 어떤 것인가?

앞서 설명한 것처럼 한국 정부가 제안했던 조치는 우버 및 타다 서비스를 금지하는 것이었지만 결과가 긍정적이지 않았다는 것이 드러났다. 

또 지난해 한국의 국회와 정부는 디지털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플랫폼 노동자들 스스로의 반대에 의해 보류되었다. 법이 음식 배달 플랫폼만을 주요 대상으로 규제하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에 다양한 플랫폼 노동자를 포괄하기에 부족하다.

긱 이코노미가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고용 인력의 정부와 사업체를 대상으로 한 교섭력이 지금보다 더 강화되어야 한다. 노동조합은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웹툰 작가들의 예가 적절할 수 있다. 이들은 이미 노동조합을 조직했고 긍정적인 결과를 얻고 있다. 웹툰 플랫폼의 작가 수익 계산 방식은 매우 복잡하다. 페이지뷰 횟수, 사이버머니와 같은 코인 가격, 프로모션 등을 모두 고려해 수익을 계산하는데, 세부 기준은 플랫폼이 정하지만 정산 내역을 공개하지 않으므로 어떤 요소를 얼마에 책정해 수익을 산출했는지 작가들은 알 수 없다. 작가가 아주 유명하지 않는 이상 작가는 언제든 플랫폼의 일방적인 결정에 의해 계약을 해지당할 수 있어 작가들이 문제를 제기하기 아주 어려운 구조였다. 작가들은 노동조합을 조직해 수익 사출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했고, 카카오페이지와 네이버웹툰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들의 요구에 응하고 있다. 그리고 조횟수가 적거나 없으면 수익도 없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산업 내에 전반적으로 형성되어 있으나, 예술가가 기본적인 생계를 유지할 수 있어야 새로운 작품을 지속적으로 창작할 수 있다는 공감대도 형성되어가고 있으며 이에 작가에게 최저임금을 보장하는 플랫폼도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또 지난해 한국 정부는 디지털 플랫폼 노동자, 긱 이코노미 노동자를 포괄하여 불안정한 직종에 종사하는 이들을 고용보험 적용대상으로 편입시킬 수 있도록 관련 법안을 개정했다. 팬데믹 이전에 디지털 플랫폼, 긱 이코노미 노동자들은 정규직이 아니어서 고용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었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노동조합을 조직해 고용보험법을 개정할 것을 요구했고 2020년 법 개정안이 발의되었고, 2021년 통과되었다. 개정된 고용보험법이 완벽하지 않아 법 적용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법 개정으로 법적 보호망으로 플랫폼 노동자들이 편입되기 시작했다는 사실만큼은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결과 역시 노동조합 활동의 결과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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