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녹음금지법(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 윤상현 의원안)’에 대한 반대의견 제출

by | Oct 11, 2022 | 논평/보도자료, 입법정책의견, 표현의 자유, 프라이버시 | 0 comments

2022. 10. 11. 사단법인 오픈넷은 일명 ‘대화녹음금지법’인 『통신비밀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윤상현 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2117633)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반대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통신비밀보호법-개정안윤상현-2117633-의견서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master@opennet.or.kr

『통신비밀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

(윤상현 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2117633)에 대한 의견서

1. 본 개정안의 주요 내용

○ 본 개정안은 대화 당사자라도 대화 참여자 모두의 동의 없이 대화를 녹음하는 경우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되, 녹음 행위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음.

2. 음성권, 사생활의 자유 등의 보호를 이유로 진실 증명을 위한 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헌법상 비례의 원칙에 위배

○ 대화란 하나의 사건으로, 녹음은 이러한 사건을 있는 그대로 기록한 결과물로 진실 증명의 중요한 수단임. 사건을 기록하거나 공개하는 행위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는 것은 ‘진실’을 기록하고 알렸다는 이유로 형사처벌하는 것과 다름없음.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사실을 말해도 그것이 진실한 사실이라면 형사처벌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국제인권기준으로, 이에 따라 현재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역시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폐지 권고를 받고 있으며 위헌 논란 역시 끊이지 않고 있음.

○ 발의자 측에 의하면 사생활의 자유, 통신의 비밀과 자유, 음성권 등의 보호를 본 개정안의 제안이유로 주장하고 있음. 그러나 대화라는 것은 혼자만의 비밀스런 행위가 아니며 상대방에 대한 사회적, 대외적 활동으로, 상대방에 의해 공개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전제로 하는 활동임. 원칙적으로 비밀로 지켜져야 할 영역이 아니기에 대화 상대방에게 대화 내용을 발설하지 말 것을 강제할 수는 없는 것이며, 모든 당사자들이 비밀로 하기로 합의했을 때에야 비로소 예외적으로 비밀의 영역이 되는 것이라 할 수 있음. 이와 같은 이유에서 현행법상 대화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감청했을 때에만 대화 당사자의 통신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로써 형사처벌하고 있음. 또한 음성권은 일부 판례상 인정된 개념으로 국가 형벌권을 발동하여 보호하여야 할만큼 실체적이거나 중대한 개인의 인격권으로는 보기 어려움. 이렇듯 보호가치가 낮거나 불분명한 개인의 권리 보호를 위해 진실한 사실을 기록하고 증명하기 위한 행위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규정하는 것은 헌법상 비례의 원칙,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는 위헌적 과잉 규제임. 또한 현재도 대화 내용상 대화 당사자의 인격권이나 사생활 침해적 요소가 더 강하다면 이러한 대화를 부당하게 ‘공개’한 행위는 민사상 불법행위 손해배상 제도 등을 통해 규율될 수 있음. 본 개정안은 ‘녹음’만으로 징역 1년까지의 과중한 형사처벌을 규정하고 있어 위헌성이 매우 높음.

3.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는 조항은 헌법상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

○ 본 개정안은 녹음 행위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음. 그러나 ‘공공의 이익’, ‘공익성’이란 개념 역시 판단자의 주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개념이기 때문에 이를 구성요건이나 위법성조각사유로 규정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됨.

○ 헌법재판소는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게끔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요구한다. 형벌법규의 내용이 애매모호하거나 추상적이어서 불명확하면 무엇이 금지된 행위인지를 국민이 알 수 없어 법을 지키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범죄의 성립 여부가 법관의 자의적인 해석에 맡겨져서 죄형법정주의에 의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려는 법치주의의 이념은 실현될 수 없기 때문이다”(헌재 1996. 12. 26. 93헌바65)라고 하여, 형벌조항에 대해서 더욱 강화된 명확성을 요구하고 있음.

○ 또한 헌법재판소는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허위의 통신을 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한 전기통신사업법 조항에 대한 위헌 결정에서, “여기서의 ‘공익’은 헌법 제37조 제2항의 ‘국가의 안전보장ㆍ질서유지”와 헌법 제21조 제4항의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와 비교하여 볼 때 ‘동어반복’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전혀 구체화되어 있지 아니하다. … ‘공익’이라는 개념은 이처럼 매우 추상적인 것이어서 어떠한 표현행위가 과연 ‘공익’을 해하는 것인지, 아닌지에 관한 판단은 사람마다의 가치관, 윤리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 이는 판단주체가 법전문가라 하여도 마찬가지이고, 법집행자의 통상적 해석을 통하여 그 의미내용이 객관적으로 확정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현재의 다원적이고 가치상대적인 사회구조 하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상황이 문제되었을 때에 문제되는 공익은 하나로 수렴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수범자인 국민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허위의 통신’ 가운데 어떤 목적의 통신이 금지되는 것인지 고지하여 주지 못한다. … 막연한 ‘공익’ 개념을 구성요건요소로 삼아서 표현행위를 규제하고, 나아가 형벌을 부과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표현의 자유에서 요구하는 명확성의 요청 및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여, ‘공익’ 개념에 대한 명확성 원칙 위반을 선언한바 있음(헌재 2010. 12. 28. 결정 2008헌바157, 2009헌바88).

○ 또한 헌법재판소는 죄형법정주의 명확성원칙은 금지를 근거지우는 법률규정뿐 아니라 위법성조각사유에도 적용되는 원칙임을 확인하였는바(헌법재판소 2001.6.28., 99헌바31), 위와 같은 헌법재판소의 태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본 조항은 죄형법정주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며, 이러한 위헌적인 조항을 근거로 하여 본 형사처벌 조항이 공익적 목적의 동의 없는 녹음을 형사처벌에서 배제하고 있어 비례의 원칙을 충족하고 있다고 주장할 수는 없음.

4. 사회 고발 활동, 언론 활동을 위축시켜 표현의 자유 및 알 권리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공익을 현저히 해함

○ 본 개정안은 사회의 부조리를 드러내는 사회 고발 활동과 이를 중점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언론 활동을 크게 위축시킨다는 면에서 표현의 자유, 알 권리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공익을 현저히 해하는 법안임. 증거가 없는 고발은 개인의 근거 없는 주장에 불과하기에 대중의 신뢰와 파급력을 얻을 수 없고 오히려 허위사실 명예훼손, 업무방해 등의 법적 리스크까지 부담할 수 있기 때문에, 사회 고발 활동을 위해서는 녹음, 녹화 등의 증거 확보가 필수적임. 또한 부조리한 행위는 은밀히 또는 기습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당사자가 모르게 증거 확보를 할 필요가 있으며, 이같은 이유로 언론 활동에도 잠입, 위장 취재가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있음. 본 개정안은 이러한 사회 고발, 언론 활동에 필수적인 행위를 불법화함으로써 사회의 고발과 감시 기능을 위축, 마비시켜 사회 발전을 크게 저해할 수 있음. 특히 갑질, 언어 폭력, 협박, 성희롱 등에 일상적으로 노출된 사회적 약자에게는 통화나 현장 녹음이 자신의 피해사실을 입증하고 대외적으로 폭로하여 강자의 부당한 행위에 대항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무기인데, 본 법안은 이러한 사회적 약자의 무기는 빼앗고, 강자들이 부조리한 행위를 할 자유를 더욱 보호하는 부정의한 결과를 낳을 위험도 높음.

○ 위에서 설시한 바와 같이, ‘공공의 이익’ 개념의 불명확성은 무엇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 죄의 성부 여부 판단을 전적으로 법관의 주관적인 판단에 일임함으로써 일반 국민으로서는 어떤 행위가 금지되는지 예측하기 어려워 스스로 합법적인 녹음 역시 자제하도록 하는 위축효과가 발생될 수밖에 없음. 즉, 최종적으로 공익 목적이 인정되어 무죄 판단을 받을 가능성이 있더라도 이러한 공익성 입증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이러한 공익적 목적의 녹음에 대한 위축효과가 줄어들 수 없는 것임.

○ 또한 일반 시민들은 차량 블랙박스 영상 녹화와 같이 예상치 못한 상황, 기습적인 상황에서 진실 증명을 하지 못해 억울한 피해를 당할 수 있는 경우를 대비하여 자기보호의 수단으로 상시적으로 녹음을 하는 경우도 많은데, 녹음 행위를 시작할 당시부터 어떠한 명확한 공익적 목적이 있었을 때에만 형사처벌을 면해주고, 녹음 행위를 원칙적으로 범죄화하는 것 자체가 헌법상 비례의 원칙을 위반한 과도한 형사처벌 규정이라 아니할 수 없음.

○ 한편, 정보 과잉으로 진실과 허위의 싸움이 날로 치열해지는 시대에 가짜뉴스나 허위조작정보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진실한 정보에 대한 더 강한 보호와 지지가 있어야 할 것임. 그런데 본 개정안은 오히려 진실한 사실의 증명을 위한 행위를 불법화하여 억제하고, 거짓 주장과 진실 은폐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반진실-친허위적인 법이라는 면에서도 공익을 현저히 해함.

5. 결론

○ 본 개정안은 헌법상 죄형법정주의 명확성 원칙, 비례의 원칙,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일반적 행동의 자유, 언론, 표현의 자유 및 알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높고 공익을 현저히 해하는 위헌적 법안으로 철회되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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