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문] 오픈넷 미디어 리터러시 6강 – 비판적 사고로서 페미니즘과 리터러시(박준훈)

by | Nov 7, 2022 | 교육사업, 오픈블로그, 표현의 자유 | 0 comments

글 | 김복희(고려대학교)

비판적 사고로서 페미니즘과 리터러시

강사: 박준훈(동아대학교 한국어문학과 박사과정)

일시: 2022년 9월 6일 화요일 오후 2시 / 온라인

2022년 9월 6일 오픈넷에서 기획한 월례 특강 <미디어 리터러시>의 제6강 “비판적 사고로서 페미니즘과 리터러시” 강연이 열렸다. 이 날 강의를 맡은 박준훈 선생(이하 박 선생)은 비판적 사고가 필수적인 미디어 리터러시의 방법론으로서 페미니즘을 “페미니즘과 비판적 리터러시의 공통점”, “대안적 사고로서 페미니즘 리터러시”, “페미니즘 리터러시 실천의 사례와 의의”라는 세 주제를 중심으로 강연을 진행하였다. 구체적인 강연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전자기기와 구성된 장애

박 선생은 강의를 열며 대부분의 사회에서 정상성으로 간주되는 표준형의 인간이 ‘성인 남성’(건장한 성인 남성)임을 먼저 인지시키며, 이 같은 정상성에 대한 무비판적 전제는 성인 남성 외의 존재들을 배제시킴을 언급했다. 이 전제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한 까닭은, 전자기기 활용 역시 건장한 성인 남성 기준으로 유리하게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어서 박 선생은 디지털 리터러시(디지털 기기와 관련한 리터러시와 응용능력), 미디어 리터러시(미디어에 담긴 콘텐츠를 다루는 리터러시)를 구분하면서 기존의 디지털 리터러시가 특정한 신체를 배제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었음을 실제 사례(아이폰의 크기, 키오스크 접근성 등)를 들어 강조했다.

2. 페미니즘과 과학, 페미니스트 인식론

과학기술사학은 과학기술의 역사 속에서 과학기술, 자연과학의 변화 과정을 추적하고 거기에 내포된 사회적, 문화적 함의를 밝히는 학문이다. 이 과학기술사에서 여성은 주로 과학기술과 괴리된 존재라는 편견 속에서, 주로 가부장제 질서에 잘 편입된 존재로서 다루어져 왔다. 박 선생은 기존 과학기술사의 이 같은 여성혐오적인 면모를 지적하였다.

3. 여성의 말하기에 대한 인식과 학교 현장

박 선생은 실제 본인이 구글 검색창에서 ‘히스테릭한 여성’과 ‘히스테릭한 남성’을 각각 검색한 결과를 비교 대조하며 히스테릭한 여성에 대한 자료가 훨씬 많음을 보여주었다. 이는 ‘여성의 말하기’에 관한 사회적 편견과 연관이 있다. 남성은 여성에 비해 대화 상황에서 손쉽게 신뢰와 존중, 대우를 얻는데 반해, 여성의 경우는 더 많은 의심과 검증을 받아왔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 대한 반복된 학습효과는 여성의 침묵과 과잉 대표되는 남성을 양산해냈고, 결국 남성 중심의 사회를 이뤄냈다는 것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문제적으로 인식하면, 기존에는 무시해왔던 여성구술기록이 여성의 개인적인 삶이 정치적이고 역사적인 맥락 안에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이어서 박 선생은 문학에서의 주목할 만한 여성의 말하기 예시로 조남주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들어 여성의 말을 기록하고, 여성의 말이 기록으로 남겨질 때 생겨나는 저항적 에너지에 대해 언급했다. 박선생은 당시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촉발시킨 저항적 에너지가 터져나오지 못하도록 하던 까닭이 무엇인가 점검해봤을 때, 여성의 말하기에 대해 요구되는 사회적 규범과 마찬가지로, 문학에서도 그러한 규범으로서 ‘리터러시’를 연관시켰다.

4. 기본권으로서 ‘리터러시’ 개념

박 선생은 한국문학사가 여성 작가뿐만 아니라 여성 일반에 대해 억압 기제를 보이고 있음을 설명하였다. 국제 기구들(OECD 등)이 강조하는 문해력의 핵심은 ‘기본권’으로서 문해력, 즉 누구에게나 읽고 쓸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전제이다. 대한민국 역시 ‘모든 국민이 평생에 걸쳐 학습하고 교육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평생교육법’을 정의한 바 있다. 그런데 이런 대한민국의 기조는 특정 성별과 장애를 배제하고 성인 남성을 중심으로 한 리터러시를 배양해내었다는 것을 박 선생은 기존 한국문학사의 면면을 살펴 설명하였다.

5. 리터러시 교육의 내용이자 규범으로서 문학

박 선생은 근대문학의 리터러시를 형성했던 조건으로서 ‘신춘문예’를 예시로 들며 한국의 신춘문예가 모범이 되는 글쓰기와 그 규범을 적절히 응용할 수 있는 당선자, 그를 둘러싼 심사평가와 학술 연구 제도, 이러한 제도에 편입하지 못하는 ‘미달’로서의 낙선자로 이루어져 있음을 설명했다. 게다가 이러한 리터러시는 주로 남성중심적으로 이루어져왔고, 남성 인물의 시선을 위주로 생산된 문학은 문학 교육과 문해 교육에도 남성중심적으로 이루어졌다. 이는 여성문학사, 대안적 문학사를 요구하는 배경이 되었다. 박 선생은 이런 점에서 페미니즘 리터러시가 기존 한국 문학계를 지배하는 리터러시의 대안이 될 수 있으리라는 내용을 개진했다. 물론 현재 공교육에서 사용되고 있는 ‘페미니즘’이 그 대안이라는 뜻은 아니다. 현재는 단순한 작품의 평가로서 인해 페미니즘 교육론의 맥락이 소실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6. 미디어와 페미니즘 리터러시

박 선생은 리터러시 위계화 측면을 경험론, 입장론, 포스트 모더니즘/탈식민주의 페미니즘 측면에서 각각 살피고 이들의 한계 역시 점검했다. 기존의 문학사, 문화콘텐츠에 여성을 추가로 기입하는 것의 한계, ‘여성’이라는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범주화의 한계, 혐오와 차별을 포함한 모든 관점을 용인해 버릴 위험의 한계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 움직임들이 각각 리터러시를 지키기 위한 움직임이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마지막으로 박 선생은 공교육에서든 글쓰기를 통해서든, 미디어를 통해서는 기본권으로서 리터러시를 지켜야만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환경에 맞추어 끝없이 자신의 경험에 의미를 부여하고 힘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갱신하고 대응할 수 있는 움직임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어 ‘수준 미달인 글’, ‘의심스러운 내용(콘텐츠)’이라는 편견어린 말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면 우리는 마음껏 ‘부적절한 질문’을 던지고 적극적으로 리터러시를 지켜나가는 주체로서 설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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