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국적 표기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의견 제출

by | Feb 8, 2023 | 논평/보도자료, 입법정책의견, 표현의 자유, 프라이버시 | 0 comments

2023. 2. 8. 사단법인 오픈넷은 일명 ‘댓글 국적 표기법’인 『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법률안』(김기현 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2119663)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반대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master@opennet.or.kr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김기현 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2119663)에 대한 의견서

1. 본 개정안의 주요 내용

본 개정안은 인터넷 이용자가 온라인 댓글 등을 통해 정보를 유통하는 경우,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해당 이용자의 이용 및 접속 장소를 기준으로 국적 내지 국가명, 우회 접속 여부를 표시할 의무와 관련자료의 보관 및 주무관청에 대한 제출의무를 규정하고, 이의 위반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음.

2.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인터넷 이용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통신의 비밀과 자유,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

가. 입법 목적의 정당성 결여

본 개정안은 “대한민국 내 특정 현안 내지 이슈에 대한 여론을 특정한 방향으로 조작하기 위해서 해당 인터넷 게시물에 대하여 우호적이거나 비판적인 댓글을 조직적으로 작성하는 집단 내지 개인들이 생겨나면서, 온라인 여론이 특정 국가 출신 개인 내지 단체 등에 의해 특정 방향으로 부당하게 유도, 조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됨”, “작성자가 정보통신망에 접속한 장소의 국적 내지 국가명이 표시되지 않아 타 이용자들이 이를 인식하지 못한 채 무의식적으로 특정 이념 내지 입장을 사실상 강요받거나 그러한 위험에 노출되고 있으며, 이는 인위적인 국론 분열 등 대한민국 내 건전한 민주적 여론 형성 및 발전에 중대한 장애로 작용할 소지가 큼.”을 제안이유로 적시하고 있음.

그러나 사람의 모든 대외적인 의사표현은 자신의 의사를 사회적으로 관철시키고자 하는 목적, 즉, 여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음. 개인 혹은 다수가 의사표현을 강하게 혹은 집중적으로 한다는 이유로 이를 ‘여론 조작’이라고 명명하며 금기시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의 의미를 몰각시키는 것과 다름없음. 소비자 운동 등의 집단 운동이나 단체 행동, 집회·시위 모두 여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집단적이고 조직적인 의사표현 행위임. ‘여론 조작의 방지’가 입법 목적으로 정당화되고 이를 위해 표현 주체의 정보를 추적, 공개하는 내용의 규제가 허용되는 경우, 비단 국적뿐만 아니라 표현 주체가 속한 집단, 지역, 성별, 세대, 정당 등의 개인정보도 공개하도록 강제하거나 수사기관이 취득하도록 허용하여 공론장에 대한 전면적인 국가감시가 정당화될 수 있음. 

국경 없는 인터넷 세상에서 ‘여론’이란 특정 국가의 국민만이 형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해당 정보통신망 서비스에서 모든 사람들의 의견 개진을 허용한 이상 국적을 불문하고 누구나 어떠한 이슈에 대해 여론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전제되는 사실임. 또한 순수히 자국내에 위치한 사람들의 의견만이 진정하고 건전한 여론이라고 정의할 수도 없으며, ‘특정 국가 출신 개인 내지 단체 등에 의해 특정 방향으로 부당하고 유도, 조작되지 않은 대한민국 내 건전한 민주적 여론’이란 그 실체도 불분명함. 나아가 “작성자가 정보통신망에 접속한 장소의 국적 내지 국가명이 표시되지 않아 타 이용자들이 이를 인식하지 못한 채 무의식적으로 특정 이념 내지 입장을 사실상 강요받거나 그러한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는 것도 추측에 불과한, 증명되지 않은 해악임.

즉, 본 개정안은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부터가 불분명하여 입법 목적의 정당성부터 결여된 규제라 할 것임.

나. 우회 접속 표시 의무 부과 부분의 방법의 적정성 결여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로 하여금 이용자의 우회접속 여부를 표시하라는 것은 VPN을 이용하는 접속자들을 식별하여 표시하라는 것인데 이는 기술적으로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음. 대형 VPN 업체들이 자주 이용하는 IP 주소들을 사전에 수집하여 게시물 접속 IP들과 대조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으나 이를 실시간으로 정확히 파악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잘 알려지지 않은 VPN 업체를 이용하는 접속자들의 경우에는 우회 접속 확인이 불가능할 것임. 

다. 인터넷 이용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통신의 비밀과 자유, 표현의 자유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표현의 자유, 영업의 자유를 침해

본 개정안은 이러한 불명확한 공익을 달성하기 위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로 하여금 인터넷 이용자들의 접속지와 우회 접속 여부를 추적, 수집, 공개하는 조치를 취할 의무를 법적으로 강제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형사처벌까지 규정하고 있음. 이는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인터넷 이용자들이 자신의 위치 정보, 국적과 같은 개인정보를 추적, 수집, 공개당하지 아니할 자유인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접속지 정보와 우회 접속 여부 등의 통신 정보를 파악당하지 아니할 자유인 통신의 비밀과 자유, 자신의 개인정보를 추적, 공개 당하지 아니하고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나아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이용자들의 위치 정보 등을 파악하는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영업의 자유와 이용자들의 정보를 수집하지 아니하고 보다 자유로운 공론장을 형성하고자 하는 표현의 자유 역시 침해함.

3. 정부와 사기업에 의한 광범위한 인터넷 공론장 감시 체계의 수립으로 표현의 자유를 크게 위축시킴

본 개정안은 이용자가 “온라인 댓글 및 그에 준하는 매개 수단을 통하여 정보통신망에 따른 정보를 유통할 때” 이용 및 접속 장소를 기준으로 국적(국가명)을 함께 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음. 그러나 ‘댓글에 준하는 매개 수단’이 무엇인지가 불명확하며 이는 뉴스 댓글 뿐만 아니라 모든 형태의 의견 개진이 가능한 인터넷 공간, 즉, 블로그, 카페, 커뮤니티, 동영상 플랫폼 등 사실상 모든 인터넷 공간의 게시글이 규제 대상이 됨.

본 개정안은 또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국적(국가명) 표시의 근거자료, 온라인 댓글 등의 근거자료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에게 제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이용자들의 접속지 등의 개인정보와 댓글 등 이용자들이 작성한 표현물의 내용까지 연계하여 사기업이 파악, 관리하도록 하고 이를 정부에 보고, 제출하도록 하는 의무를 부과하고 있음. 이는 정부와 사기업에 의한 광범위한 인터넷 공론장에 대한 감시를 선언하는 것과 다름없으며, 이와 같은 내용의 규제는 정부 비판적 표현이나 정치적 소수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크게 위축시킬 위험이 높음.

4. 결론

본 법안은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인터넷 이용자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통신의 비밀과 자유, 표현의 자유 및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들의 표현의 자유, 영업의 자유를 침해하고 정부와 사기업의 광범위한 인터넷 공론장 감시를 부추기는 법안으로써 철회 혹은 폐기되어야 함.

정보통신망법-개정안김기현의원안-2119663-의견서-오픈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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