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자료제공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환영한다

by | Feb 1, 2024 | 논평/보도자료, 프라이버시 | 0 comments

– 사후통지 절차 마련 환영, 나아가 사전 법원 허가를 요건으로 하도록 제도 개선 필요

지난 2023년 12월 19일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시행되었다. 이에 따라, 수사기관이 통신사업자에게 이용자의 인적사항을 요청하여 제공받은 경우 그 사실을 이용자에게 통지할 의무가 있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전기통신사업법이 개정된 것을 환영하며, 앞으로 이에 더 나아가 영장주의의 근본적 정신과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는 개정안을 기대한다. 

개정법의 주요내용 및 취지

개정법은 ‘통신자료’라는 용어를 ‘통신이용자정보’라는 용어로 수정하고(제83조 제3항 등), 통신 이용자정보를 통신사업자에게 요청하여 제공 받은 수사기관 등이 제공을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정보 제공을 받은 자, 날짜, 목적 등을 당사자에게 통지하도록 하는 사후통지절차를 마련하는 것 등을 내용으로 한다. 

구법에 따르면 수사기관이 법원의 허가 없이 직접 통신자료(이용자 성명, 주소, 주민등록번호 가입일자, ID 등 가입자 정보)를 요청하여 제공 받더라도 이용자에게게 아무런 통지를 할 의무가 없었다. 실제로 매년 수백만 건(전화번호/ID 수 기준)의 통신자료 제공이 이루어졌지만, 통지를 받지 못해 대부분의 이용자가 자신의 정보가 제공되었음을 알지 못했다.  

헌법재판소는 2022.7.21. 수사기관이 법원의 허가 없이 통신사업자에게 이용자의 인적사항을 직접 요청하여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한 ‘통신자료제공’제도(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다(헌법재판소 2022. 7. 21. 선고 2016헌마388 등 결정).  

헌법재판소는 통신이용자정보 제공·취득이 기본권을 제한하는 행위이고, 당사자의 기본권 제한 사실에 관한 통지는 당사자가 기본권 제한 사실을 확인하고 그 정당성 여부를 다툴 수 있는 전제조건이 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확인하였다. 그리고 통신자료 취득에 대한 사후통지절차조차 두지 않는 것은 적법절차 원칙을 위배하여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개정법은 ‘통신이용자정보’ 취득과 관련하여 사후통지절차를 마련한 것이다. 

법 개정 이후 수사기관 등은 이용자에게 의무적으로 통신이용자정보 취득 사실을 통지해야 하므로 국가 감시의 투명성이 증진되고 프라이버시의 절차적 보호가 이루어질 수 있게 되었다. 헌법재판소는 법률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하면서도 개선입법이 이루어질 때까지 잠정적용을 명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한 것인데, 국회가 개선입법 의무를 늦지 않게 이행함으로써 통신이용자정보제공 제도가 개선될 수 있었다. 

남은 과제 

그러나 이번 법 개정은 헌법재판소가 요구한 이용자에 대한 사후통지 절차라는 최소한의 기본권 보호장치를 마련한 것일 뿐, 익명통신의 자유를 충분히 보장하기에는 충분하다 할 수 없다. 

헌법재판소는 같은 결정에서, 수사기관의 통신자료(통신이용자정보) 요청과 취득이 압수·수색과 같은 강제처분은 아니므로, 강제처분을 함에 있어서는 법관의 구체적 판단을 거쳐야 한다는 영장주의가 적용되지는 않는다고 보았다. 이는 통신이용자정보 제공이 이루어질 경우 신원정보 취득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특정된 사람의* 관련 통신사실이 수사기관에 알려진다는 면에서 프라이버시 침해의 정도가 통신사실확인자료 취득과 다를 바 없으며, 정보주체인 이용자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취득하는 것이므로 강제수사와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수사기관은 법원의 허가나 검사 또는 경찰서장 등의 결재만으로도 정보 수집이 가능해 초동수사에 통신이용자정보를 활용하고 있다. 이렇게 정보수집이 쉽다보니 수사기관이 범죄와 관련 없는 사람들의 정보까지 광범위하게 취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통신비밀보호법상 ‘통신사실확인자료’(통신일시, 통신개시·종료시간, 통신 상대방의 가입자번호, 발신기지국 위치추적자료 등 통신형식정보)의 취득을 위해서 법원의 허가가  필요하다(통신비밀보호법 제13조 제3항). 통신자의 신원정보를 제공하는 통신이용자정보 역시 이와 같은 절차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 통신이용자의 신원정보를 통신의 내용이나 형식 정보에 비해 가볍게 취급하는 것은 익명통신의 자유를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국회가 헌법재판소로부터 넘겨받은 과제를 해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통신이용자정보 제공·취득시 사전 법원 허가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개정해 영장주의의 근본적 정신과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는 절차 개선을 이루어내길 기대한다. 

2024년 2월 1일 

사단법인 오픈넷

English version text 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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