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손지원(오픈넷 변호사)
2024년 8월 17일, 18일, 일본 요코하마 국제 평화회의장에서 한국과 일본, 대만의 시민기술단체인 코드포코리아(Code for Korea), 코드포재팬(Code for Japan), 거브제로(g0v)가 매년 공동으로 주최하는 국제 해커톤인 ‘Facing the Ocean’이 열렸다. FtO는 아시아의 개발자, 디자이너, 기획자, 커뮤니케이터와 시민이 모여 각 나라의 이슈를 공유하고 협업을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 개발 프로젝트를 기획·진행하는 아시아의 시빅해커 네트워크다.
올해로 4회를 맞은 FtO에는 공동개최국들 외에도 영국, 프랑스, 홍콩 등 11개국의 개발자와 디자이너, 언론인, 학자, 기획자 등 107명이 참석했다. 또 올해에는 청소년 후원 프로그램을 도입해 한국과 일본, 대만의 청소년과 대학생 19명도 참석했다.
이틀간 17개의 프로젝트 기획, 개발, 발표와 네트워킹의 시간이 진행되었다. 지역별 직접민주주의 시스템 현황을 공유하는 프로젝트, ‘내가 구매한 농산물의 이력 추적하기’ 프로젝트, 일본 전통주 사케에 대한 오픈데이터를 수집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사케피디아’ 프로젝트, 대만·일본·한국의 국회 영상회의록 시스템을 비교분석하고 내용을 요약하여 제공하는 ‘콩그레스 워치(Congress Watch)’ 프로젝트, 재개발·인구소멸로 사라지는 도시의 재생과 복원을 위한 ‘도시재생’ 아카이빙 프로젝트 등 참신하고 다양한 프로젝트가 발표되었다.
일반적인 해커톤과 달리 FtO에는 경쟁이 없다. 사회 문제 해결, 사회 진보에 기여하는 데에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들이 장벽 없이 모여 아이디어를 교류하고 네트워킹하며 작은 시발점이라도 발굴하는 데에 의미를 두는 자리였다.
기술이 사회의 문제를 더 잘 확산시키는 도구가 되어 천덕꾸러기, 혹은 공포스러운 존재로 취급받고 있는 시대에서, 어떻게 하면 기술이 사회 진보에 기여하는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을지를 순수하게 고민하는 청년들의 모습은 희망, 그 자체였다. 이렇게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들이 있기에 이 세상이 이만큼 살 만하게 유지되고 있는게 아닐까.
이번 행사는 옵저버의 위치에서 FtO를 개관하고 다양한 아시아의 시민 기술 활동가들과 네트워킹을 하는 데에 의미를 두었기에 개인적으로 특정 프로젝트에 참가하지는 못했다. 다음 FtO에 갈 기회가 주어진다면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참가하고 싶다. 또 오픈넷이 이들이 더 자유롭게 혁신적인 사회 진보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정책적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에도 더욱 힘써야 되지 않을까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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