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V가 가수 백자에 대한 고소를 취하했다. 지난 2024년 2월, KTV는 가수 백자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한 “(대통령실이 부릅니다) 탄핵이 필요한 거죠~#풍자곡”이라는 제목의 영상에 대해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가수 백자를 경찰에 고소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되자 그제서야 슬그머니 고소를 취하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으나 이제라도 마땅한 결정을 내렸다는 점만은 다행이라 할 것이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KTV의 어처구니없는 고소에 즉각 당사자와 연대하여 KTV의 주장이 법적 근거가 빈약함을 비판하며 고소를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KTV는 백자가 영상을 복제하면서 저작권자의 실명을 표시하지 않아 성명표시권을 침해했고, 영상을 가공하였으므로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하여 KTV의 저작인격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저작인격권은 저작권자의 “저작물의 창작 등을 통해 얻은 사회적 평판”을 훼손하는 행위를 막고자 하는 것이다(대법원 2023. 11. 30. 선고 2020도10180 판결 참조). 성명표시권 침해행위는 ‘피해자의 저작물을 성명을 표시하지 않아 창작의 공로를 가로채는 행위’, 동일성유지권 침해행위는 ‘임의로 피해자 저작물의 내용을 심대하게 변경하여 창작자로서의 평판이 훼손될 정도로 창작의도를 왜곡하는 행위’이다. 즉, 대통령이 노래를 부르는 원래 영상이 가수 백자의 저작물인 것으로 오인할 수 있게 한 경우나, 불특정 다수가 KTV의 창작의도를 대통령에 대한 비판으로 오인하여 KTV의 사회적 평판이 훼손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만 저작인격권 침해로 인한 저작권법위반죄(제136조 제2항 제1호)로 처벌할 수 있는 것이다.
백자는 영상이 풍자물이며 자신이 노래를 불렀음을 영상 제목에서 분명히 밝혔고, 객관적으로도 풍자물임이 명백하다. 가수 백자를 원 영상의 저자로 오해할 사람은 없다. 또한 정부 정책 홍보 방송인 KTV가 대통령이 스스로 탄핵이 필요하다고 노래하는 영상을 만들었을 것이라고 오해할 사람도 없다. 저작물을 심하게 변형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하게 된다면 패러디물은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백자의 풍자 영상이 저작권법에 위반하여 저작인격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억지로 쥐어짜낸 황당한 주장일 뿐이다.
KTV의 고소는 저작권법이 권력자의 심리 경호를 위한 억지 주장에 남용된 본보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권력자는 파면되고 KTV의 고소도 마땅히 취하되었지만,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저작권법이 창작 행위를 틀어막는데 동원되었다는 사실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 오픈넷은 창작자들을 대상으로 한 비루한 권력의 입틀막 시도를 넘어, 저작권 침해행위 형사처벌의 문제점에 대한 진지한 사회적 논의를 기대한다.
2025년 5월 16일
사단법인 오픈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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