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조넷][발제문] 혐오표현은 무엇이고 처벌은 어떠해야 하는가?

by | Aug 13, 2025 | 오픈블로그, 표현의 자유 | 0 comments

아래는 지난 7월 25일 21조넷 회의에서 오경미 연구원이 혐오표현의 개념과 처벌에 대해 발제한 내용이다. 주로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의 저서 “말이 칼이 될 때”와 박경신 오픈넷 이사의 저서 “진실유포죄”를 참고했다.

1. 무엇이 혐오표현인가?

  • 일반적으로 사회에서 통용되는 혐오표현의 의미
  • 소수자에 대한 편견, 무시, 비하, 멸시, 조롱에서부터 여성에 대한 노골적인 배제와 차별, 폭력까지 다양한 수위의 표현을 모두 포괄함.
    • 1) 월급은 적으면서도 명품백은 꼭 들고 다니는 거 봐, 진짜 된장녀지.
    • 2) 우선 필자는 동성애 매우 비판적이다.
    • 3) (일본에서) 바퀴벌레 조선인을 몰아내자.
    • 4) (광진구 자양동 양꼬치거리에서) 짱깨 북괴, 빨갱이는 꺼져라, 벌만큼 벌었으면 조국으로 돌아가라.
    • 5) (주소를 공유하며) 여기에 불법체류자가 있다, 함께 잡으러 가자.

2. 혐오표현에 대한 상이한 대응

  • 위의 네가지 사례에 동일하게 대응할 수 없음.
  • 2016년 국가인권위원회 “혐오표현 실태조사 및 규제방안 연구”는 혐오표현의 유형을 아래와 같이 분류함.
유형내용예시 사례
차별적 괴롭힘고용, 서비스, 교육 영역에서 차별적 속성을 이유로 소수자(개인, 집단)에게 수치심, 모욕감, 두려움 등 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직장이나 학교에서) “우리나라 여자들이 다 취집을 해서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이 낮다”
편견 조장편견과 차별을 확산하고 조장하는 행위“동성애 퀴어축제 결사 반대. 인류생명 질서, 가정, 사람 질서 무너지면 이 사회도 무너진다”
모욕소수자(개인, 집단)를 멸시하거나 모욕 또는 위협하여 인간 존엄성을 침해하는 표현행위“흑인 두 명이 우리 기숙사에 있는데, 어휴 oo 냄새가 아주 ㅋㅋㅋ”
증오선동소수자 집단에 대한 차별, 적의 또는 폭력을 조장하거나 선동하는 증오 고취행위“착한 한국인 나쁜 한국인 같은 건 없다. 다 죽여버려!”

3. 혐오표현 규제의 국제 기준

  • 국제 사회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혐오표현에 관한 논의 시작
    • 1948년 선포된 세계인권선언 제7조에 혐오표현의 문제의식 담음.
      •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며, 어떤 차별도 없이 똑같이 법의 보호를 받을 자격이 있다. 모든 사람은 이 선언에 위배되는 그 어떤 차별에 대해서도, 그리고 그러한 차별에 대한 그 어떤 선동행위에 대해서도 똑같은 보호를 받을 자격이 있다.”
  • 그러나 세계인권선언은 선언적인 문서로 법적 구속력이 없었음.
  • 이에 따라 1965년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 철폐에 관한 국제협약(ICERD)와 1966년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 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이 채택됨.
    • ICERD는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 인종우월주의, 식민지 인종차별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의 제도적 인종차별 등 세계적 반인종차별 운동과 탈식민지화 흐름 속에서 만들어졌음. 인종차별이라는 특수한 맥락에서 강한 금지의무를 국가에 부여함.
    • 제4조에 혐오표현에 대한 금지가 담겨있음.
  • 체약국은 어떤 인종이나 특정 피부색 또는 특정 종족의 기원을 가진 인간의 집단이 우수하다는 관념이나 이론에 근거를 두고 있거나 또는 어떠한 형태로든 인종적 증오와 차별을 정당화하거나 증진시키려고 시도하는 모든 선전과 모든 조직을 규탄하며 또한 체약국은 이같은 차별을 위한 모든 고무 또는 행위를 근절시키기 위한 즉각적이고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의무를 지며 이 목적을 위하여 세계인권선언에 구현된 제 원칙 및 이 협약 제5조에 명시적으로 언급된 제 권리와 관련하여 특히 체약국은,
  • (a) 인종적 우월성이나 증오, 인종차별에 대한 고무에 근거를 둔 모든 관념의 보급 그리고 피부색이나 또는 종족의 기원이 상이한 인종이나 또는 인간의 집단에 대한 폭력행위나 폭력행위에 대한 고무를 의법처벌해야 하는 범죄로 선언하고 또한 재정적 지원을 포함하여 인종주의자의 활동에 대한 어떠한 원조의 제공도 의법처벌해야 하는 범죄로 선언한다.
  • (b) 인종차별을 촉진하고 고무하는 조직과 조직적 및 기타 모든 선전활동을 불법으로 선언하고 금지시킨다. 그리고 이러한 조직이나 활동에의 참여를 의법처벌하는 범죄로 인정한다.
  • (c) 국가 또는 지방의 공공기관이나 또는 공공단체가 인종차별을 촉진시키거나 또는 고무하는 것을 허용하지 아니한다.
  • 자유권규약은 가장 권위있는 국제적 규범으로 표현의 자유, 생명권,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고문 금지, 사생활 보호 등 개인의 자유와 존엄을 보장하는 권리를 국제법으로 명문화함.
    • 자유권규약 제20조 2에 혐오표현에 대한 금지가 담겨있음
  • 차별, 적의 또는 폭력의 선동에 해당되는 민족, 인종 또는 종교에 대한 증오의 고취는 법률로 금지된다.
  • 국제규범은 조약기구인 자유권규약위원회, 인종차별철폐위원회,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아동권리위원회, 장애인권리위원회 등의 각종 보고서에 의해 더욱 구체화되어 왔음.
  • 의사 표현의 자유에 관한 유엔특별보고관, 유럽안보협력기구의 언론자유대표, 표현의 자유에 관한 미주기구 특별보고관이 제출한 2001년 <인종주의와 미디어에 관한 공동의견서>,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 주관으로 작성된 2012년 <차별, 적의, 또는 폭력의 선동이 될 민족적, 인종적 또는 종교적 증오의 고취 금지에 관한 라바트 행동계획> 등을 통해서고 확인되었음.
  • 지역 인권규범 중에는 미주인권협약(American Convention on Human Rights) 13조 5항에 명시되어있음.
    • 제13조(사상과 표현의 자유)
      • 5. 전쟁의 선전과 인종, 피부색, 종교, 언어 또는 민족적 출신을 이유로 사람 또는 집단에 대하여 불법적인 폭력 또는 기타 유사한 행동을 선동하는 민족적, 인종적 또는 종교적인 증오의 주장은 법률에 의하여 처벌되는 범죄로 간주되어야 한다.
  • 혐오표현에 관한 국제 기준은 주로 민족, 인종, 종교적 혐오표현을 중심으로 발전해왔으마 유엔의 조약기구나 유럽의 각종 기구들은 그 기준이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를 표적집단으로 하는 혐오표현에도 적용된다는 점을 여러 차례 확인했음.
  • 각 국가들이 국제기구를 통해 조건 없는 기본권을 채택하고 비준해왔던 이유는 민족과 인종, 종교의 다름, 성별의 차이, 장애의 유무가 우월과 열등의 판단 기준이 되어 학살을 정당화해 인류의 영속성을 해하고 있다고 보았기 때문임. 다름을 차별의 근거로 삼는 것이 오히려 인류 전체에 해악이 된다고 보았기 때문인 것이지, 약자에 대한 시혜가 기본권 보장의 목적은 아니었음. 
  • 또한 국제적인 기준에서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혐오표현은 명백하게 법률에 근거 폭력과 구체적인 행동을 선동하는 것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비례적이어야 함을 명시하고 있음.
    • ICCPR 제19조 제3항에 따른 제한의 3원칙(법률성, 정당성, 필요성과 비례성) 및 해당 일반논평 조항 번호
    • 25. 3항의 목적상, 규범이 “법률”의 특징을 지니기 위해서는, 충분히 정밀하게 공식화되어 사람들의 행위를 규제할 수 있어야 하며, 대중이 이에 쉽게 접근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법률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집행하는 자에게 그 제한과 관련해 제약 없는 재량을 부여해서는 안된다.  법률은 그 집행을 담당하는 자가 어떤 종류의 표현이 적절히 제한되고 제한되지 않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충분한 지침을 제공해야 한다.
    • 26. 위 24항에서 언급된 법을 포함해 동 규약 제19조 2항에 명시된 권리들을 제한하는 법률은 동 규약 제19조 3항의 엄격한 요건에 부합해야 함은 물론, 동 규약의 조항, 목적, 목표에도 부합해야 한다. 법률은 동 규약의 비차별 조항을 위반하지 않아야 한다. 법률은 태형 등 동 규약에 부합하지 않는 형벌을 규정하지 말아야 한다. 
    • 28. 제19조 3항에 명시된 제한의 정당한 근거 중 첫 번째는 타인의 권리 또는 명예의 존중을 위한 제한이다. 여기서 “권리”는 동 규약에 의해, 더 일반적으로는 국제인권법에 의해 인정되는 인권을 포함한다. 예컨대, 제25조에 명시된 투표권과 제17조에 명시된 권리(아래 37항 참조)를 보호하기 위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정당할 수 있다. 그러한 제한은 주의해서 해석되어야 한다. 위협이나 강요가 되는 표현 형태로부터 유권자들을 보호하는 제한은 허용될 것이지만, 그러한 제한이 비강제적인 투표의 거부를 요구하는 것과 같은 정치적 토론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타인”이라는 용어는 개별적인 다른 사람들 또는 어떤 공동체 일원으로서의 다른 사람들과 관련된다. 따라서, 예컨대, 종교적 신앙 이나 민족으로 규정된 한 공동체의 개별 일원들을 가리키는 것일 수 있다.
    • 34. 제한은 과도하지 않아야 한다. 본 위원회는 일반논평 27호에서 ”제한적 조치들은 비례성의 원칙에 부합해야 한다. 그러한 조치들은 보호적 기능을 달성하기에 적절해야 하며, 보호적 기능을 달성하기 위한 조치들 중에서도 간섭을 최소화하는 조치여야 하고, 또한 보호되는 이익에 비례해야 한다 … 비례성의 원칙은 그러한 제한을 규정하는 법률에서뿐만 아니라 그러한 법률을 적용하는 행정당국과 사법당국에 의해서도 존중되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비례성의 원칙은 문제가 되는 표현의 형식과 그러한 형식의 배포 수단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예컨대, 동 규약은 공적인 그리고 정치적 영역의 인물들에 관한 민주사회의 공적 토론 환경에서의 자유로운 표현에 특히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 
  • 그렇다면 앞에서 제시한 5가지 표현 가운데 처벌이 가능한 것은 3), 4), 5)일 것. 국제인권 기준은 불쾌하거나 모욕적인 언급 역시 허용이 가능하다고 함.
    • ‘나는 이민자들이 싫다’는 보호받을 수 있는 표현인 반면, ‘이민자들을 폭력을 써서 몰아내자’는 처벌이 가능한 혐오선동 표현임. 
    • 불법체류자를 몰아내야 한다고 사람들을 조직해 “잡으러” 다니는 과정을 촬영한 박진재의 유튜브 채널은 폭력을 즉각적으로 선동하는 증오표현임. 

4. 처벌 가능한 혐오표현이 협소한 이유

4.1. 권력에 의한 인권침해 예방

  • 법적 처벌이 가능한 혐오표현의 범위를 국제인권법에서 협소하게 설정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표현의 자유가 민주사회에서 핵심적인 인권이기 때문이며, 과도한 규제가 오히려 더 큰 인권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계심에서 비롯되었음.
  • 인권침해는 항상 권력을 가진 자들에 의해 가장 대규모로 가장 조직적으로 저질러져 왔음.
  • 인권을 보호하는 최선의 길은 인권을 침해할 힘을 가진 자들을 감시하고 비판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의 보장이었음.
  • 표현의 자유로 규범 중의 하나일 뿐인데 표현의 자유가 성경, 불경과 같은 규범문헌들에는 나오지 않고 여러 나라들의 헌법에만 명시되어 있는 이유는 헌법은 국가권력을 창출하는 문서이고, 국가권력은 언제라도 대규모의 조직적인 인권침해를 자행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한 반작용임.
  • 영국의 권리장전(1689)년에 표현의 자유가 처음 법으로 등장하는데, 이 역시 절대왕정의 권한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었음.

4.2. 표현의 낮은 해악

  • 물리적 행위는 곧바로 타인에게 해악으로 나타나는 반면, 표현은 여타의 인간 행위와 달리 특별한 정황의 매개 없이는 해악으로 나타나지 않음.
    • 예를 들어, 차를 빨리 몰아라라는 표현은 청자인 운전자가 수긍했을 때만 과속이라는 해악으로 나타남. 즉 청자와의 상호작용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표현은 그 자체로 해악을 동반하지 않음.
  • 그러므로 표현은 ‘해악을 일으킬 명백하고 임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만 규제할 수 있다는 이론이 확립되었음.
    • 1917년 솅크 판결에서 홈스 미연방대법관은 ‘사람이 가득 찬 극장에서 ‘불이야’라고 소리를 지르는 행위’가 물리적인 힘의 효과를 낼 때 표현의 억제가 정당화된다고 했음.

5. 혐오표현 처벌의 기준

  •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의 주도로 2012년 라바트 행동계획(Rabat Plan of Action)이 만들어짐.
  • 라바트 행동계획은 표현의 자유와 혐오표현 규제 사이의 균형 원칙을 확립하고 국가가 언제, 어떻게 혐오표현을 처벌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만들어졌음.
  • 라바트 행도계획은 혐오표현은 분명 위험하지만 과도한 규제는 표현의 자유를 해칠 수 있음, 국가가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면, 정치적 악용이 발생하거나 소수자의 목소리마저 억압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였음.  
  • 라바트 행동계획은 6가지 요소로 구성된 ‘혐오선동 판단 기준(6-part threshold test)’를 제시함.
    • 1. 사회적 맥락(context)
    • 2. 발화자의 지위(the position or status of the speaker)
    • 3. 의도(intent)
    • 4. 내용과 형식(content and form)
    • 5. 전파 범위(extent of dissemination)
    • 6. 해악 발생의 가능성(likelihood of harm)

6. 혐오표현을 형사범죄화하면 혐오표현이 줄어들까?

  • 혐오표현을 법적으로 규제한다면 극단적인 형태의 혐오표현만 규제 대상이 된다는 문제가 생김. 
  • 증오선동만을 처벌하자는 논의도 있으나 이 경우 선동의 수준에까지는 이르지 않는, “순화된” 표현이나 실제로는 심각한 혐오와 편견을 조장하는 표현은 막을 수 없을 것임. 처벌받지 않기 위해 표현을 에두르거나 상징적이고 암시적으로 교묘하게 혐오를 조장하는 표현이 만들어지고 유통될 수 있음.
  • 혐오표현이 금지되면 사회의 담론이 합법 표현과 불법 표현으로 이분화되어 그동안 도덕, 비도덕, 사회적, 반사회적 등 다양한 가치 판단에 의해 논의되던 것들이 합법 아니면 불법이라는 논점으로 빨려 들어갈 수 있음. 이렇게 된다면 이전에는 반사회적이라고 사회적으로 비판받던 표현들이 ‘합법인데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정당화 기제를 가지게 될 수 있음.
    • 형법상 무죄는 ‘국가형벌권을 동원할 문제가 아님’이 소극적으로 표명된 것에 불과하나 현실에서 무죄는 ‘문제없음’으로 이해될 수 있음.
  • 형사범죄화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치적 에너지가 처벌에만 집중된다는 문제도 있음. ‘합법’이라고 인정하면 사회는 그것을 ‘문제없음’으로 받아들이고 문제 해결을 위한 추가적인 노력을 회피할 수도 있음. 
  • 반면 ‘불법’으로 판결해 처벌에 성공하면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착시현상이 생기고 국가는 자기 역할을 다했다는 면죄부를 얻어 더 중요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등한시할 수 있음.
  • 또 법이 발화자 처벌에만 머무를 수도 있음. 혐오표현의 원인에는 복잡한 정치사회경제적 배경이 깔려 있지만 이런 문제를 도외시한 채 혐오표현의 ‘발화자’ 처벌에만 집중하게 될 수 있음. 혐오와 차별은 해결되지 않고 사회에 내재되어 있게 됨.

7. 해결책

  • 대항표현
  • 차별금지법 제정

[참고문헌]

박경신, 『진실유포죄』, 다산북스, 2012.
홍성수, 『말이 칼이 될 때』, 어크로스,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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