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넷, 공직선거법 딥페이크물 금지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 제기

by | Oct 2, 2025 | 논평/보도자료, 소송, 소송자료, 표현의 자유 | 0 comments

사단법인 오픈넷이 2025. 10. 1. 공직선거법상 딥페이크 금지 조항(공직선거법 제82조의8 등)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를 제기했다.

2023년 12월에 신설된 공직선거법 제82조의8(딥페이크영상등을 이용한 선거운동) 제1항은 “누구든지 선거일 전 9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운동을 위하여 인공지능 기술 등을 이용하여 만든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운 가상의 음향, 이미지 또는 영상 등(이하 “딥페이크영상등”이라 한다)을 제작·편집·유포·상영 또는 게시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으로 인해 선거일 전부터 90일간은 딥페이크물을 사용한 선거운동은 전면적으로 금지된다. 표현 내용이 사실인지, 허위인지, 초상이 사용된 자의 동의가 있었는지, 딥페이크물임을 표시하였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하여 만든 딥페이크물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두 금지되는 것이다. 위반시에는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상 5000만원 이하 벌금이라는 중한 형사처벌도 규정되어 있다(제255조). 또한 제작자뿐만 아니라 유포, 게시만을 해도 모두 처벌 대상이다.

이렇듯 표현의 내용과 결과적 해악을 불문하고, 특정 기술을 이용하여 만든 ‘딥페이크물’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적,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규제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명백히 과도한 위헌적 규제다.

당연하게도 딥페이크물은 ‘내용’의 제한이 있는 개념이 아니고, 무한한 내용을 담을 수 있기에, 모든 딥페이크물들이 해악을 가진 표현물로 전제되어서는 안 된다. 본 조항의 목적이 유권자를 기만, 오도하려는 목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여 ‘선거의 공정성’을 해하는 표현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것이더라도, 이에 해당하지 않는 모든 딥페이크물까지 모두 일률적으로 금지하겠다는 것은 명백히 과도한 위헌적 규제인 것이다.

본 조항은 표현물의 내용이 ‘허위’인지 ‘진실’인지도 불문하고, 나아가 ‘사실의 적시’인지 ‘의견, 평가’인지도 불문한다. 따라서 진실한 사실을 구현, 전달하고자 하는 표현물이나 풍자, 패러디물까지도 규율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장 영상이 남지 않거나 증거가 멸실되거나 은폐되었지만 다른 간접증거들로 어느 정도 진실로 밝혀진 실제 사실을 재현, 재구성하여 유권자들의 이해를 돕는 표현물이나, 비판받을 만한 행동을 한 후보자 등을 풍자, 패러디의 방식으로 비판하며 후보자 등의 공직 적합성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하는 표현물 역시 규율될 수 있다. 나아가 후보자의 정책, 공약을 효과적으로 전달, 홍보하기 위한 표현물이나, 단순히 날씨나 주변 사물들을 윤색한 표현물도 규율될 수도 있다. 또한 추후 선거 결과에 따라 가해질 수 있는 정치적 보복이나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하여 익명의 선거운동을 하려는 유권자, 혹은 사회적 탄압의 우려가 있는 소수자들이 본인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가상의 인물을 이용하여 선거운동을 하는 정치적 익명 표현의 자유를 위한 표현물도 규율될 수 있다.

결국 본 조항은 입법목적을 넘어 일응 표현의 자유로 보호되어야 하는 표현물, 나아가 민주주의 사회에서 더욱 고양된 보호를 받아야 하는 정치적 표현물마저 인공지능 기술 등을 이용해 실감나게 표현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부당하게 규제하여, 수많은 중요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위헌적 조항이다.

또한 표현에 특정 기술을 이용했다는 이유만으로, 특정 기술을 이용한 표현물을 따로 규제하는 것도 부당하다. 표현 행위에 이용되는 기술은 표현행위의 도구, 수단일 뿐이며, 사람은 역사적으로 자신의 표현을 더욱 실감나고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발달된 기술을 이용해 왔다. ‘어떠한 기술을 이용하여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운 가상의 표현물’을 제작, 유포했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처벌이 필요한 해악을 가진 행위로 보고 규제하는 것은 명백히 위헌적이며 인간의 표현 행위의 역사와 표현의 자유 보장 목적을 부정하고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고자 하는 것과 다름없다.

최근 헌법재판소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구성요소로서 현대 자유민주주의의 존립과 발전에 필수불가결한 기본권이므로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억압당하는 경우 국민주권과 민주주의 정치원리는 공허한 메아리에 지나지 않게 될 것이다. … 이와 같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의 헌법상 지위와 성격, 선거의 공정성과의 관계 등에 비추어 볼 때, 입법자는 선거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서 부득이하게 선거 국면에서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더라도, 입법목적 달성과의 관련성이 구체적이고 명백한 범위 내에서 가장 최소한의 제한에 그치는 수단을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정치적 표현에 대하여는 ‘자유를 원칙으로, 금지를 예외로’ 하여야 하고, ‘금지를 원칙으로, 허용을 예외로’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은 자명하다”(헌재 2023. 3. 23. 2023헌가4, 헌재 2022. 7. 21. 2017헌바100등)라고 판시한 바 있다.

선거의 공정을 크게 해할 만한 딥페이크물은 기존의 법률로도 충분히 규제가 가능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본 조항이 신설되기 전부터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는 딥페이크물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 등으로 규율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넘어 선거의 공정을 해할 우려가 없는 모든 선거운동을 위한 딥페이크물까지 규제 대상으로 삼으며, 정치적 표현의 자유라는 고양된 보호를 받아야 하는 기본권을 광범위하고 과도하게 제한하며 중한 형사처벌까지 규정하고 있는 본 법조는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을 명백히 위반하고 있다.

본 법조는 ‘딥페이크물’에 대한 규제 필요 목소리에만 집착하여, 헌법상 표현의 자유 보장 정신과 원칙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졸속으로 만들어진 무차별적 과잉 규제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가 엄중한 판단으로 위헌 결정을 내려 앞으로 표현의 자유를 무절제하게 규제하는 졸속 입법에 제동을 걸어주길 기대한다. 

2025년 10월 2일

사단법인 오픈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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