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박경신(오픈넷 이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나쁜 짓 하기가 어려운 것보다 나쁜 짓 비판하기가 더 어려워집니다.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가 진리의 제사장이 될 수 있습니다.
우연히 2026년 7월에 두 가지 법이 동시에 시행되네요. 개정 정보통신망법(일명, 허위조작정보근절법, 7.7법)이 7.7부터 시행되었고, 소위 N번방방지법이 영상만 사전검열만 하다가 이제 개별 이미지도 검열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는 우선 7.7법 얘기만 하지요.
첫째, 7.7법은 기존의 불법정보 외에 ‘허위정보/허위조작정보’까지 규제합니다. 정보가 허위라는 이유만으로 규제하는 법은 다른 OECD 국가 어디에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국제인권기준은 명백하기 때문입니다. 정보나 표현 자체를 규제해서는 안 되고 정보나 표현이 발생시키는 해악을 규제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를 일반화하면 정보가 허위라는 이유로 규제할 수는 없고 허위가 발생시키는 해악을 규제해야 합니다. 명예훼손도 평판의 저하 및 신용의 파괴라는 해악이 있기 때문에 사기도 타인의 금품을 박탈하기 때문에 규제 대상이 되는겁니다. 해악도 불분명한 명제를 허위라고 처벌할 권한을 갖게 되면 국가는 자신의 주장이 진리라고 주장하며 반대자를 숙청할 수 있게 됩니다.
우리나라도 비극을 이미 뼈저리게 겪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유신헌법 하에서 만든 최초 법률이 긴급조치1호이고 그 1조가 유언비어유포죄였죠. ‘유신=독재’가 허위라는 논리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감옥에 다녀왔고 수십년이 지나서야 최고재판소들이 앞다투어 위헌결정을 내렸습니다. 뿐만 아니라 2010년 사법부는, 이명박 시절 검찰이 수출대기업에 유리한 고환율정책을 비판한 다음 아고라 미네르바가 풍기문란하다며 허위사실유포죄를 적용하려고 하자 법도 위헌이고 사람도 무죄라고 결정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7법은 패착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법 주창자들은 ‘해악을 발생시키는 허위’만 규제하도록 법조문을 만들어 놓았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공익을 훼손하는 허위’도 규제 대상입니다. 2010년 헌재가 위헌결정한 허위사실유포죄도 조문 상으로는 ‘공익을 훼손하는 허위’만 규제 대상으로 삼았지만 헌재는 ‘위법성 요건으로 삼기에 공익은 너무 불분명하다’면서 위헌결정을 내렸습니다. 공익이 무슨 뜻인가요? 호남에 물이 부족하다고 말하면 반도체 공장 건설이 늦춰지니 혹시 공익에 반하게 되는 것 아닌가요? (참고로 저는 호남 반도체 공장 대찬성합니다)
과장이 아니라, 미네르바는 금융당국 ‘공문 1호’라는 표현을 썼다고 해서 허위라고 처벌될 뻔 했습니다. 금융당국의 환율거래 자제활동은 공문이 아니라 증거가 남지 않는 전화로 이루어졌었거든요. 2026년의 미네르바는 7.7법은 피하지 못 할 것 같습니다. 호남에 물 부족하다고 하시는 분들도 강한 표현은 피하셔야 할겁니다.
그런 조심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언뜻 생각이 났습니다.
2024년 12월 3일, 계엄포고령 1호 2조…가짜뉴스, 여론조작, 허위선동을 금한다.
내란을 준동시킨 부정선거론 같은 것을 막겠다고 만든 7.7법이 결국 계엄을 연장하고 있는건 아닐지.
둘째,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징벌손배
우리나라에는 일반적인 악의적 위법행위에 대해 징벌손배가 없습니다. 즉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은 보통 징벌손배소를 당할 위험이 없지만 나쁜 짓을 고발하고 공유하려는 사람은 자신의 표현에 부정확한 사실이 있으면 징벌손배소의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적어도 나쁜 짓 하기가 어려운 것보다 나쁜 짓 비판하기가 더 어려워집니다. 표현의 자유를 사랑하는 이유는 시민들의 비판과 감시로 사회를 정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인데 바로 그런 비판을 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즉 표현의 자유의 사회적 역할이 축소됩니다. 사실 이런 비판과 감시를 전문적으로 행사하라고 만들어놓은 직업이 언론인데, 언론의 사회적 역할도 같이 위축됩니다.
사실 문재인 정부 때 이번 7.7법과 비슷한 징벌손배법이 언론에만 적용되는 ‘언론중재법’이라는 이름으로 통과될 뻔 했었습니다. 그때 오픈넷이 UN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아이린 칸을 모셔와서 대통령에게 공식서한도 나가고 미디어 브리핑도 이뤄져서 간신히 막았습니다. 이번엔 계엄을 일으켰던 부정선거론을 막을 필요가 있어 다르다고요? 이미 7.7법으로 계엄 상황이 된거나 마찬가지인데요?
두고보십시오. 진보 언론이 훨씬 더 많이 7.7법상 징벌손배소송의 피고가 되어 있을겁니다. 보도가 더 부정확해서가 아닙니다. 돈과 권력이 있는 쪽은 말을 많이 할 필요가 없습니다. 어둠과 침묵 속에서 그냥 실행하면 됩니다. 없는 쪽이 그걸 막으려면 말을 많이 해야 합니다. 어둠과 침묵을 뚫어야 하니 근거도 부실할 수밖에 없을겁니다. 바로 그런 절절한 의혹 제기를 징벌손배가 막을 겁니다. 국민의힘은 겉으론 반대하지만 속으로는 쾌재를 부르고 있을겁니다.
셋째,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가 진리의 제사장이 될 것인가?
저는 10년 전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 전신) 위원으로 수년간 활동했었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법조문만 보면 ‘건전한 통신윤리 함양’이라는 말도 안 되는 애매한 기준으로 인터넷 콘텐츠들을 심의해왔지만, 오픈넷이 제기한 헌법소원들을 통해 간신히 그 범위가 ‘불법정보 또는 그와 유사한 것들’로 한정된 바 있습니다. 유해정보 심의라 할지라도 법이 불법행위라고 정한 것과 관련되어야 삭제차단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7.7법 시행 후부터는 불법정보 외에도 허위정보들도 ‘공익훼손’ 등의 불분명한 이유로 삭제차단 사유가 됩니다. 명시적으로 허위를 이유로 시정요구를 발부할 수는 없지만 어차피 법정 기준은 ‘건전한 통신윤리’이고 7.7법은 틀림없이 허위정보도 불법정보의 하나로 새롭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방미통위의 제재사유에서는 빠져있지만 어차피 거의 모든 삭제차단은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미심위)의 ‘건전한 통신윤리’ 시정요구로 이루어집니다.
7.7법 이전에 OECD 국가들 중에서 행정기관이 인터넷 게시물들을 개별적으로, 이렇게 광범위한 사유로 심의하는 나라들은 거의 없습니다. 터키 정도밖에 없습니다. 호주 등 대부분의 나라들은 그야말로 존재 자체가 불법이라고 할 수 있는 아동학대물 삭제차단에 한정되어 있고 우리나라처럼 별별사유로 매년 10만-20여만 건씩 삭제차단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정부나 다수그룹에 비판적인 게시물 삭제차단이 많이 이루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오픈넷은 지금 낙태약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 ‘Women On Web’을 방미심위의 차단으로부터 보호하려는 소송을 진행 중인데, 이 차단 역시 소수 임산부의 사정에 공감하지 못하는 남성우위 다수의 전횡이라고 생각합니다. 7.7법은 이제 또 하나의 칼자루를, 그것도 ‘허위정보 단속’이라는 거대한 칼자루를 방미심위에 쥐어주었습니다.
이 칼자루는 결국 누가 잘 쓰게 될까요? 결국 류희림 방심위에서 보시다시피 보수 정부가 들어와서 악용하게 되지 않을까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역시 노무현 정부 때 만들어진 것인데, 결국 진짜 논란은 이명박 정부 때 방심위가 언론소비자주권행동 카페 차단 등을 하면서 불거졌습니다. 진보 정부의 ‘자해’는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오픈넷 창립자들이 힘을 모아 헌법소송을 벌여 무효화시킨 인터넷 실명제 또한 노무현 정부 때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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