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차별하는 노회찬재판 대법원
노회찬이 내일 대법원 법정에 선다. 1997년 홍석현과 이학수가 검사들 떡값주기를 기획하던 대화의 안기부 도청 내용을 인터넷에 공개하여 두 사람의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한 책임을 16년이 지난 2013년 현재 노회찬에게 지울지를 판단하려는 것이다. 이 사건 항소심은 노회찬의 공개행위가 2005년 당시 의정활동의 일부였다며 면책특권에 의거하여 무죄를 선고한 바 있었다. 그런데 대법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구두와 서면으로 공개한 것에 대해서는 무죄선고를 인용하면서도 그 기자회견의 보도자료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행위를 문제삼으며 파기환송한 것이다. 똑같은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에 올렸다고 하여 문제를 삼은 것이다.
인터넷으로든 다른 매체로든 불법감청 내용을 공개하였다고 하여 모두 불법은 아니라는 것은 대법원도 동의한다. 대법원은 작년 3월 불법감청 내용이라고 할지라도 “통신 또는 대화의 내용. .을 공개하지 아니하면 공중의 생명· 신체 ·재산· 기타 공익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현저한 경우” 공개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노회찬의 떡값검사 실명공개는 “타 언론매체를 통해 사건의 전모가 이미 보도되었고 감청된 대화가 이루어진 8년 후에 이루어진 것”이라서 “비상한 공적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첫째 대화가 이루어진지 8년이 흘렀다고 하여 대화내용을 공개할 사회적 필요성이 줄어들었다고 한 것은 참으로 반(反)역사적인 판결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미래의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과거에 대한 올바른 평가가 선행되어야 한다. 책임자들이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업과 검찰의 유착관계에 대한 평가 내지는 사회적 여론은 피상적인 상태에 머무를 수 밖에 없었고 비리근절 노력도 반감될 수 밖에 없다. 국민이 책임자들을 알아내어 이들이 해당 기업에 대해 유리하게 기소하였는지 등을 국민들이 평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사회정의를 위한 긴절한 시대적 요청이었다. 대법원은 “비리는 시간만 흐르면 더 이상 공익적 공개가 불가능하다”는 법이 아닌 신화를 쓰려는 것인가. 대기업-검찰 유착과 같은 권력비리는 도청 등의 특단의 상황이 아니라면 드러날 수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권력비리의 공익적 공개를 실질적으로 봉쇄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둘째 대법원의 말대로 ‘이미 언론매체를 통해 전모가 공개되었다’면 노회찬의 추가적인 공개는 더욱 정당화되는 것이다. 통신비밀보호법은 통신 또는 대화를 하는 자들의 통신 또는 대화의 비밀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지 대화에 등장하는 제3자 즉 떡값검사들을 보호하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공개된 내용에 대해서는 프라이버시 보호법익이 감소한다는 것을 간과한 판시이다. 대법원은 거꾸로 ‘거의 다 공개되었는데 굳이 자세한 대화내용을 공개할 필요가 있냐’는 식이다. 홍석현-이학수 입장에서는 자신의 8년전 대화의 골짜가 대부분 공개된 시점에서 정확히 무슨 말을 했는지가 공익적 공개를 금지할 정도로 민감하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셋째 대법원은 그래도 ‘떡값검사의 실명까지 공개한 것’도 과도하다며 문제삼고 있다. 그런데 떡값검사들의 실명은 애시당초 홍석현-이학수의 대화에 나오지도 않는다. 떡값검사들의 실명은 대화내용과 외부사실들을 조합하여 유추된 것일 뿐이다. 그렇다면 통신비밀보호법은 감청내용의 공개에 적용되는 것이지 그로부터 유추된 지식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통비법은 위에서 말했든 통신한 사람들을 보호하는 법이지 통신내용에 등장하는 제3자를 보호하는 법이 아니니 더욱 검사의 실명공개 때문에 노회찬의 행위의 공익성을 부인해서는 아니된다. 결국 대법원은 이 재판이 이학수-홍석현의 대화의 비밀에 대한 재판이 아니라 검사들의 명예를 보호하기 위한 재판임을 자인한 꼴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이번 사건에서 가장 큰 문제는 대법원이 인터넷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대법원은 하드카피나 구두로 공개한 것은 면책특권에 포함된다고 하면서도 ‘인터넷에 공개한 것’에 대해서만 애시당초 문제를 삼은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어떤 단체고 개인이고 자신이 공적 발언을 오프라인으로 한 후에 그 기록을 온라인에 남겨두는 것은 기본이다. 오프라인으로 한 행위의 기록을 온라인으로 남긴 것을 별도의 공개행위로 보아 처벌하려는 시도가 얼마나 구시대적인지는 말할 것도 없지만, 과연 거대한 권력비리에 대한 사회적 성찰과 개선노력에 있어서 비리혐의당사자들을 인터넷을 통해 만방에 공개하는 것이 얼마나 긴절한 것인지를 무시한, 정의의 사도라고 해야 할 대법원으로부터 기대하기 어려운 매우 안이한 정의관의 발로이다.
대법원은 헌법재판소가 인터넷 상의 정치적 표현을 공직선거법으로 규제하려는 것은 위헌이라고 하면서 인터넷을 묘사한 다음 부분을 읽어보길 바란다. 오프라인 공개에 문제가 없다면 온라인 공개도 문제가 없는 것이 옳다.
인터넷은 개방성, 상호작용성, 탈중앙통제성, 접근의 용이성, 다양성 등 을 기본으로 하는 사상의 자유시장에 가장 근접한 매체이다. 즉, 인터넷은 저렴한비용으로 누구나 손쉽게 접근이 가능하고 가장 참여적인 매체로서, 표현의 쌍방향성이 보장되고, 정보의 제공을 통한 의사표현 뿐 아니라 정보의 수령, 취득에 있어서도 좀 더 능동적이고 의도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는 특성을 지니므로, 일반유권자도 인터넷 상에서 정치적 의사표현이나 선거운동을 하고자 할 개연성이 높고, 경제력 차이에 따른 선거의 공정성 훼손이라는 폐해가 나타날 가능성이 현저히 낮으며, 매체 자체에서 잘못된 정보에 대한 반론과 토론, 교정이 이루어질 수 있고, 국가의 개입이 없이 커뮤니케이션과 정보의 다양성이 확보될 수 있다는 점에서 확연히 대비된다. 그리고 이러한 특성으로 인하여, 인터넷은 국민주권의 실현 및 민주주의의 강화에 유용한 수단인 동시에 ‘기회의 균형성, 투명성, 저비용성의 제고’라는 선거운동 규제의 목적 달성에도 기여할 수 있는 매체로 평가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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