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영 현대카드주식회사 대표이사께 드리는 서한

by | Jul 25, 2013 | 오픈블로그, 혁신과 규제 | 4 comments

혁신의 아이콘으로 거듭나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처음 인사드립니다.
저는 사단법인 오픈넷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한창민입니다.
정 대표님께서 취임하신 이후 십년 동안 현대카드는 눈부시게 성장했고 브랜드 가치가 급상승한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현대카드는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되었으니, 매우 보수적인 금융업계에서 정 대표님과 현대카드가 이룩한 성취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최근 현대카드가 보여주는 모습은 제가 생각하는 현대카드답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우려의 마음에서 이 서한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최근 알라딘이라는 온라인 서점은 액티브엑스와 공인인증서를 사용하지 않고도 신용카드로 책과 음반 등을 구입할 수 있는 ‘간편결제’를 선보였습니다. 이 결제 방식은 불편하기 짝이 없는 액티브엑스와 공인인증서를 사용하는 기존 방식보다 훨씬 쉽고 간편해서 이용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이에 현대카드를 제외한 국내 19개 카드사가 다 이 방식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 ‘간편결제’ 방식은 카드 사업자를 감독하는 금융감독원에서도 인정한 적법한 방식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현대카드만 이 새로운 방식의 온라인 카드 결제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렇다는 사실을 듣고는 믿기지 않았을 뿐더러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제가 아는 현대카드라면 19개 카드사가 이 방식을 채용하지 않더라도 고객 편의를 위해 가장 먼저 채용을 했어야 하는데, 오히려 거꾸로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다른 카드사가 채용하고 있다고 해서 현대카드가 그것을 따라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현대카드가 이 방식을 채용하지 않는 이유로 들고 있는 고객 정보보호와 보안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저도 이해합니다. 그런데 현대카드에서 제기한 문제점들에 대해서 결제대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페이게이트에서 ‘알라딘 웹표준 결제에 관한 보도문’에 상세하게 설명을 잘 해놓았더군요. 대표님께서는 혹시 이것을 읽어보셨는지요?
제가 근무하는 오픈넷에서는 지난 6월 24일부터 후원금, 수강료 등을 받기 위한 결제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서도 신용카드로 결제할 때 액티브엑스나 공인인증서를 사용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오픈넷의 취지에 공감하고 활동을 격려하는 많은 분들이 기부해 주시고 있고, 결제하기가 정말로 쉽고 간편해서 좋다고 칭찬을 해주고 계십니다. 그런데 이것 또한 현대카드에서는 결제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이 사실 또한 알고 계신지요?
이 때문에 현대카드 고객들 중에서는 “현대카드에 실망했다.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시는 분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물론 천만 명에 가까운 현대카드 고객 중에서 극히 일부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거대한 둑도 이런 작은 구멍에서부터 무너지기 시작한다는 것을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알라딘과 오픈넷 뿐만 아니라 ‘간편결제’ 방식을 도입하려는 온라인 쇼핑몰들이 점점 늘어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현대카드의 고객들은 기존의 불편한 방식을 고집하는 현대카드에 대한 불만이 높아질 수 밖에 없겠지요.
이렇게 된다면 가장 혁신적인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쌓아온 현대카드가 오히려 낡은 방식을 고집하고, 고객을 불편하게 만드는 회사의 대명사로 바뀌지 않으리라고 낙관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정 대표님께서는 이미 온라인 결제와 보안을 담당하는 부서로부터 보고를 받으셨겠지만, 혹시나 여러가지 사정으로 사실에 부합되지 않는 내용을 보고 받은 것은 없는지, 상황 파악에 문제점은 없는지 다시 한번 살펴주시길 당부드립니다.
이와 관련해 저희 쪽의 입장을 듣고 싶으시면 언제든 연락주십시오.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전문가들과 함께 찾아 뵙고 상세히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아무쪼록 이 문제에 대해 슬기롭게 대처하셔서 정 대표님과 현대카드가 ‘혁신의 아이콘’으로 거듭나 주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더운 여름에 건강 잘 챙기시고, 시원한 소식이 들려오길 기대하겠습니다.
2013년 7월 24일
사단법인 오픈넷
사무국장 한창민 드림
전화 : 02-581-1643 이메일 : changmin@opennet.or.kr 트위터 : @tWITasWIT
 
오픈넷
사단법인 오픈넷(opennet.or.kr)은 인터넷을 자유, 개방, 공유의 터전으로 만들기 위해 올해 2월에 설립된 NGO입니다. 오픈넷은 표현의 자유, 프라이버시 보호, 공공 데이터의 개방과 이용, 저작권/특허 제도의 개혁, 망 중립성 등의 영역에서 우리 인류가 중요하게 여겨온 가치들이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공론장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오픈넷은 인터넷/IT 정책의 지평을 넓혀주는 정보들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올바른 정책이 채택되도록 법 개정 운동, 대중 캠페인과 공익소송을 기획/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터넷/IT 정책과 관련된 다양한 세미나 및 학술활동을 개최하고 있으며 미래의 연구 인력을 위한 장학 사업도 진행할 계획입니다.
오픈넷 이사진에는 전응휘(녹색소비자연대 상임이사) 이사장을 비롯해 강정수(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원), 김기창(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보라미(법무법인 나눔 변호사), 남희섭(변리사), 박경신(상임이사/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우지숙(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등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4 Comments

  1. 김형중

    오늘 알라딘에서 삼성카드로 결제를 하려고 했는데, 삼성카드도 결제가 안되고 있었습니다.
    삼성카드에 대해서도 조치를 취해 주세요.

    Reply
    • 한창민

      말씀하신대로 삼성카드도 결제가 안되고 있습니다.
      삼성은 현대와 달리 처음에는 결제가 되다가 최근 중단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책을 모색 중입니다.관심가져 주셔서 고맙습니다.

      Reply
      • 이상선

        우리의 귀한 시간을 내서 이런 회사를 깨우칠 만큼 우리가 자비로울 필요가 있을런지요? 이미 다른 카드로 정상적인 결제가 가능하니까 이런 비정상적인 것이 자연스럽게 사람들에게 외면받게 해야 할지 않을까요?

        Reply
  2. 김경리

    제 생각도 오픈넷은 좋은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기업의 오너가 그정도 생각 안했을거라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전 삼성에는 반도체실력의 비밀을 지켜야 하듯이 현대도 무언가 디자인 측면이라던지 아직 지켜야할 디자인이 없다면 시작부터 완성단계에 도달할때까지 보안이 유지되는 루트를 아직 찾지못했기 때문에 굳이 힘든 보안단계를 계속해서 유지하고있는거 아닐까 합니다. 생각해보면 자동차 공정단계가 단순한것도 아니고 디자인 하나를 결정하면 오랜시간에 걸쳐야 완성이 됩니다.특히나 현대같은 대기업이 한대만 생산하는게 아니라 엄청난양의 차를 만들지 않습니까.
    제 생각에는 디자인의 루트를 기다리는것이거나 혹은 정말 비자금을 숨기려는 용도가 아닐까 합니다. 뭐.. 그냥 읽고나서 적은거라 무시하셔도 됩니다. 물론 전 취업준비생입니다.ㅋㅋㅋㅋ..여기 진지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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