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방지법”에 대한 합헌 결정 유감

by | May 28, 2026 | 논평/보도자료, 소송, 소송자료, 표현의 자유, 프라이버시 | 0 comments

– 인터넷 정보 사전검열 제도의 정당화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 모든 영상정보가 행정기관의 판단에 비추어 게시여부가 결정된다면 사전검열에 해당

헌법재판소는 2025. 10. 23.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부가통신사업자들에게 불법촬영물등의 유통 방지를 위하여 사전 필터링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전기통신사업법 제22조의5 제2항 등에 대하여 합헌 결정을 내렸다(헌법재판소 2025. 10. 23. 선고 2021헌마290 결정). 본 결정은 사실상 정부가 사업자에 대한 사전적 정보 검열 조치 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을 정당화한 것으로, 인터넷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 통신의 자유의 심대한 침해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스러운 결정이다. 

2020년 20대 국회 막바지에 일명 “N번방 방지법”으로 입법된 전기통신사업법 제22조의5 제2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부가통신사업자들(이하, “사전조치의무사업자”)에게 불법촬영물등의 유통 방지를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술적·관리적 조치’(이하 “사전조치의무”)를 취하도록 하고 이러한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동법 제92조의2 제1호의3). 본 조항의 위임에 따라 제정된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이 규정하고 있는 “사전조치의무사업자”는 웹하드사업자와 연매출 10억원 이상 또는 하루 평균 이용자 수 10만명 이상의 SNS‧커뮤니티‧대화방, 인터넷개인방송, 검색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부가통신사업자이며, “사전조치 의무”는 신고기능 마련조치, 불법촬영물의 등의 식별 및 검색제한 조치, 게재 제한 조치, 사전 경고 조치다(동법 시행령 제30조의6 제1항, 제2항).

헌재는 우선 사전조치의무사업자 및 사전 조치를 대통령령으로 위임한 부분에 대해서는 그 내용이 예측 가능하고 기술 변화 등에 대응하기 위해 위임이 필요하므로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한 ‘불법촬영물등’ 중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 부분 등도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사전조치 의무 조항 중 “불법촬영물의 등의 식별 및 게재 제한 조치(일명 사전 필터링 조치)”가 헌법상 금지되는 사전검열 금지 원칙 및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판단한 부분이다. 헌재는 이러한 조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이미 수집되어 불법촬영물등으로 심의·의결된 정보가 추가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유포되지 못하도록 기계적으로 특징값을 비교하여 정보의 게재를 제한하는 조치이므로 이는 실질적으로 행정권이 주체가 되어 사상이나 의견 등이 발표되기 이전에 예방적 조치로서 그 내용을 심사, 선별하여 발표를 사전에 억제하는 사전검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또한 “이용자는 게시하려는 정보를 검토 받게 되는 제약을 받”으며, “사전조치 의무조항으로 인하여 이용자는 검색이나 정보 게시가 제한될 수 있고, 게시하려는 정보의 특징값을 확인받게 되는 과정에서 이용자들의 통신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가 다소 위축되는 등의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본 규정은) 이용자가 게재하려는 정보의 특징을 분석하여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불법촬영물등으로 심의·의결한 정보에 해당하는지를 비교·식별하도록 규정함으로써, ‘특징값’을 비교하는 방식의 대조인식기법을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기술적 방식으로 정보의 특징값만을 대조하도록 한 것으로, 이는 사전조치의무사업자나 관계 기관이 이용자가 게재하려는 정보의 내용을 그대로 확인하거나 감시할 수 있게 한 것이 아니다”라고 하여 이러한 조치 의무는 과잉금지원칙에도 위배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이용자가 게시하려는 정보를 행정기관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불법정보로 판단한 정보에 해당하는지 판독하고 게시 자체를 사전적으로 제한하도록 하는 조치는 넓은 의미의 사전검열에 해당한다. 헌재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불법이라고 판단한 정보가 이미 일반에 공개되었던 정보이며 이들의 게시를 기술적 조치를 통해서 금하는 것이 사상의 자유시장에의 접근을 처음부터 금지하는 사전검열과는 다르다고 판단한 것 같다. 그러나 헌재는 불법이 아닌 모든 영상정보들도 일단 행정기관의 판단에 비추어 게시여부가 결정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사전검열은 실제로 특정 표현물이 금지되어야만 성립하는 것이 아니다. 행정기관의 판단에 의해 게시금지가 이루어지는 제도 자체가 위헌인 것이다.

기술적 방식으로 정보의 특징값만을 대조하도록 한 것일지라도, 이는 사람이 할 조치를 편의상 자동화, 기계화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고, 기계적인 특징값 역시 정보의 ‘내용’으로 볼 수 있다. 본 법은 이용자가 유통하려는 표현물(정보)의 내용을 기계적으로 특성화한 디지털코드를 인터넷매개자가 반드시 파악, 지득하여야 하고, 정부가 제시한 심의기준을 특성화한 디지털코드와 대조(심의)하여 정보 유통의 허용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조치를 강제하고 있다. 결국 행정기관의 검열을 인터넷사업자들이 대신 하도록 강제하는 것이고, 내용 검열이 수작업이 아닌 기술적 방식으로 이루어지게 된 것일 뿐이다. 

이러한 제도가 한 번 정당화되면 불법촬영물뿐 아니라 저작권 침해물, 이적표현물 등 모든 불법정보에 대한 사전 필터링 의무화로도 확대될 수 있고, 결국 사법부가 아닌 행정기관(현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 등)의 판단으로 인터넷상 표현물의 유통여부가 결정되는 사전검열 구조가 정당화되는 결과에 이른다. 또한 이러한 조치가 가능하려면 인터넷 사업자들로 하여금 이용자가 게시하려는 정보가 무엇인지, 즉, 이용자의 통신 내용을 사전에 파악하도록 하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하는데 이러한 시스템은 필연적으로 이용자들의 통신의 비밀과 자유, 표현의 자유를 크게 저해할 수밖에 없다. 특히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기준은 ‘건전한 통신윤리를 위한 필요한 것’으로 정의되어 모호하기 그지없으며 시행령으로 폭을 좁힌다 하더라도 불법정보가 아닌 유해정보까지 포함되어 있음이 명백하여 과연 사전필터링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을 정도로 최종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  

헌재는 불법촬영물의 경우 피해자의 인격권 침해가 심대하다는 특수성을 고려하여 이와 같은 사전적 조치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결론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불법촬영물의 폐해와 방지 노력은 백번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지만 인터넷상 정보 검열 방식의 제도화에 있어서는 전반적인 인터넷 거버넌스 제도와 이용 환경, 그리고 일반적 시민들의 기본권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만큼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오픈넷은 이번 결정이 다른 불법정보에 대한 사전적 정보 검열 제도 도입의 촉매제로 기능하지 않기를 바라며, 입법부가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 통신의 자유와 조화할 수 있는 불법정보 유통 관리 체계를 수립하기를 바란다.

2026년 5월 28일

사단법인 오픈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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