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에 대한 작은 실수에 형벌권까지 동원해야 하는가
– 항소심의 집행유예 판결을 환영하며
대법원, 블로그 게시를 ‘전시’로 볼 수 없다고 판결해야
대전지방법원은 2026년 6월 24일,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의 항소심에서 벌금 70만 원의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1년간 그 형의 집행을 유예하여, 1년간 아무 일이 없다면 벌금 납부 의무도 사라지는 판결을 내렸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이번의 실질적인 무죄판결은 침해가 거의 전무한 저작물 활용에 형벌권을 동원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에 부합한 것으로 보아 환영한다. 검경은 약 10년간 방문자가 거의 없는 블로그에 사진을 올린 행위를 “전시”로 기소하였는데, 이는 저작권법상 맞지 않는다. 온라인상의 사진 게재는 게재 URL 방문 시에만 사진의 복제물이 방문자의 PC에 “전송”되어 침해가 발생한다고 볼 때, 이 사건에서 아무런 침해 행위가 발생하지 않았는데 검경은 억지 기소를 했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사건은 2014년 9월, 과일가게를 운영하던 피고인이 저작권자의 그림을 이용해 추석 연휴 영업시간을 알리는 게시물을 블로그에 올린 것에서 시작됐다. 저작권에 대한 정확한 인식 없이 이루어진 일회적인 저작물 이용이 약 9년 뒤 형사사건으로 이어졌고, 피고인은 수사와 재판을 거쳐 형사처벌의 대상이 됐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이 사건이 공정이용으로 인정될 수 있는 사안임에도 저작권 형사처벌이 남용된 사례라고 보고 법률 지원을 진행했다.
피고인 측은 불법 기소, 공정이용,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 및 정당행위 등을 주장했으나 항소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저작권 침해의 고의와 위법성을 인정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크다. 오픈넷은 남아 있는 법리적 쟁점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을 구하기 위해 상고하기로 했다.

항소심의 양형 판단을 환영한다
그럼에도 이번 판결에서 주목할 부분은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원심의 형을 그대로 유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항소심은 피고인이 초범이라는 점, 행위가 1회에 그친 점, 침해를 통해 얻은 이익이 없었던 점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 원심의 형이 다소 무겁다고 판단하고 그 집행을 유예했다.
특히 원심의 형도 벌금 70만 원에 불과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항소심은 벌금액을 더 낮추는 대신 그 형의 집행 자체를 1년간 유예했다. 이는 이 사건의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할 때 실제 형벌을 집행할 필요성과 상당성이 크지 않다고 본 판단으로 평가할 수 있다. 저작권 침해가 성립하는지와 실제로 형벌을 집행할 필요가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이번 판결은 그 차이를 양형을 통해 고려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침해가 없는 저작물 활용에 형벌권까지 동원해야 하는가
이 사건에는 저작권 침해의 성립과 관련해서도 짚어볼 법리적 쟁점이 있다. 피고인의 블로그 게시 행위가 저작권법상 ‘전시’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해당 게시물이 전시권의 객체인 ‘원본’이나 ‘복제물’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이 사건 게시물은 원본 저작물의 절반 이상이 피고인이 추가한 어문으로 가려져 있었고 화질도 열화된 상태였다. 저작권자가 자신의 블로그에서 고해상도 원본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개하고 있었던 상황에서, 원본의 심미감을 제대로 전달하기 어려운 저화질 이미지를 방문자가 많지 않은 블로그에 게시한 행위가 저작권자의 잠재적 수익을 감소시키거나 별도의 경제적 이익을 가져갔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 ‘전시’는 다수 당사자가 왕래하는 공간에 게시할 때 저작권 침해로 보아 처벌하는 것인데, 블로그와 같은 온라인 공간은 이용자가 개별적으로 ‘방문’했을 때만 해당 저작물이 이용자의 PC에 전송되는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전시’라고 볼 수 없다. 저작물의 온라인 게시는 보통 ‘전송’이라는 저작권 침해 행위로 의율되지만 지난 9년간 해당 블로그의 방문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는 없었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해당 이용을 억지로 ‘전시권 침해’로 구성하여 형사처벌까지 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 있다.
더 중요한 문제는 저작권 침해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행위에 국가의 형벌권까지 동원해야 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점이다. 형사처벌은 개인에게 형사적 불이익을 가하는 강력한 국가적 제재인 만큼, 저작권 침해가 인정된다는 이유만으로 당연히 형사처벌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공표된 저작물을 블로그에 한 차례 이용했을 뿐이고, 이를 통해 현실적인 경제적 이익을 얻었다고 볼 만한 사정도 확인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일회적인 이용을 둘러싸고 수사와 재판이 이어졌고, 피고인은 약 9년이 지난 뒤 형사절차를 거쳐야 했다. 이처럼 실질적인 피해와 이익이 크지 않은 사안까지 형사사법의 영역에서 다루는 것이 과연 필요한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저작권법은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이지, 모든 저작물 이용을 형사처벌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 저작권 보호의 필요성과 형벌권의 개입 필요성은 구별되어야 한다. 특히 침해가 일회적이고 실질적인 이익이나 피해가 크지 않은 사안에서는 형사법의 최후수단성에 따라 형벌권의 개입을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 보호와 형벌권의 개입은 구별되어야 한다
이번 항소심은 공정이용 등에 관한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유죄 판단을 전제로 하면서도 구체적인 행위의 경위와 침해의 정도, 피고인의 초범 여부와 범행으로 인한 이익 등을 살펴 형의 집행을 유예한 것은 환영할 만하다.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는 모든 사건에 동일한 방식으로 형벌을 부과할 필요는 없다. 저작권을 보호하는 것과 사소한 저작권 침해에 국가의 형벌권을 동원하는 것은 같은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픈넷은 이번 항소심의 집행유예 판결을 환영하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저작권법 위반죄의 넓은 형사처벌 범위와 저작권 사건에 대한 형벌권의 개입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면서도 작은 실수까지 형사사건으로 만들지 않는 합리적인 저작권법 체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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