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넷, UN RBHR 아태포럼에서 개인정보 침해 구제와 집단소송 도입 촉구

by | Sep 28, 2026 | 오픈블로그, 오픈세미나, 프라이버시 | 0 comments

2026년 9월 17일, 오픈넷과 Tifa Foundation은 유엔 책임 있는 기업과 인권 아태포럼(UN RBHR Asia-Pacific)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플랫폼 권력, 소비자 권리와 기업의 책임: 디지털 경제에서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UNGPs)의 발전”을 주제로 정책 연구 세션(policy lab)을 공동 개최했다. 

개인정보 보호 침해 및 유출 사고는 점점 더 국경을 넘어 발생하고 있지만, 구제 수단은 여전히 국가별로 분절되어 있고 관할권에 관한 조율이 미흡하다. 그 결과 플랫폼 기업이나 국가가 협조하지 않을 경우 소비자는 실질적인 구제를 받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다. 디지털 무역협정은 시장 접근의 조건으로 국경 간 데이터 이동을 점점 더 폭넓게 요구하고 있지만, 이와 함께 국경을 초월한 구제제도의 상호운용을 요구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 결과 권리를 존중하는 규제가 마련되기도 전에 플랫폼의 권력이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2026년에만 해도 미국은 인도네시아, 대만, 말레이시아와 상호무역협정(Agreements on Reciprocal Trade, ARTs)을 체결했으며, 아세안(ASEAN)은 자체적인 디지털경제프레임워크협정(Digital Economy Framework Agreement, DEFA) 협상을 마무리하고 2026년 11월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서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로써 역내 전반에 걸친 국경 간 데이터 이동에 관한 약속이 확대되고 있지만, 정작 이 세션의 핵심 질문인 ‘구제수단이 이러한 변화의 속도를 따라갈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답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구제제도 간의 상호운용성을 계획적으로 설계하지 않는 한, 디지털 경제의 발전속도가 소비자 보호를 계속 앞질러갈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국가와 플랫폼이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박경신 오픈넷 이사는 다음과 같이 논의를 시작했다: 

한국은 모든 분야에서 얼리어답터였던 만큼, 다른 아시아 국가들보다도 훨씬 이른 시기에 대규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경험했다. 특히 아시아에서는 수직적 사회구조로 인해 개인정보가 정부나 소수의 독점적 대기업 등 거대한 데이터 저장소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유출된 정보가 어떤 구체적 유출 사고에 의해 악의적 행위자에게 도달하여 악용되었는지를 입증할 방법이 없어 실질적인 구제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한국은 2015년, 손해 발생에 대한 입증 없이도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민사상 구제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을 아마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39조의2가 바로 그것이다. (실제로 해당 조문에는 ‘손해’라는 용어 자체가 명시되어 있지 않다.) 

아시아태평양 디지털 소비자 대화(Asian Pacific Digital Consumer Dialogue, APDCD)는 디지털 무역협정의 개인정보 보호 관련 장을 개선하여 이러한 내용을 포함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지금까지는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특히 DEFA의 경우 시민사회에 협상 과정에 대한 정보가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Javier Ruiz Diaz가 지적했듯이, 무역협상을 주도하는 기업들은 결국 소비자에게 상품을 판매하고자 한다. 대규모 소비자단체와 소규모 디지털 권리단체가 함께하는 연대, 즉 APDCD의 공동 노력이 결실을 맺기를 기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제 가능성은 여전히 ‘분산된 이해관계의 딜레마(diffused interest)’로 인해 제약을 받고 있다. 사회 전체적으로는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개인정보가 유출된 경로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개인이 민사소송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유인은 낮기 때문이다. 개별 피해자가 소송을 통해 받을 수 있는 배상액 역시 대체로 크지 않다. 이에 대한 해법은 집단소송(class action lawsuits) 제도이지만, 도입 논의는 그동안 매우 더디게 진행되어 왔다. 

유엔 기업과 인권 실무그룹(UN Working Group on Business and Human Rights)은 지금까지 사법제도 개혁을 자신의 주요 업무 영역으로 적극적으로 다루지는 않았다. 그러나 저는 디지털 분야가 집단소송 제도의 도입과 같은 사법제도 문제까지 실무그룹의 활동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고민해볼 수 있는 좋은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디지털 권리뿐만 아니라 환경, 노동 등 다양한 분야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참가자들은 다음 두 가지 질문을 중심으로 논의했다.

  1. 소비자를 위한 실효성 있는 국경 간 구제제도 및 그 상호운용성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2. 구제에 대한 접근을 가능하게 하는 데 있어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UNGPs)에 따른 국가와 플랫폼의 서로 다르면서도 연계된 책임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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