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넷, <불꽃야구>와 <최강야구> 저작권 침해 소송에 의견서 제출

by | Nov 2, 2026 | 소송, 지적재산권, 표현의 자유 | 0 comments

방송 포맷은 독창적이라도 그 아이디어를독점할 수는 없다 – 창작성과 표현성은 저작권 보호의 별개의 요건

사단법인 오픈넷은 최근 진행 중인 야구 예능 프로그램 <불꽃야구>와 <최강야구> 사이의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불꽃야구>가 <최강야구>의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사건번호 2025가합9737, 아래 의견서 첨부). 오픈넷은 저작권이 보호하는 것은 창작적인 표현이지 아이디어 자체가 아니며, 두 프로그램 사이에 비슷하게 나타나는 방송 포맷 요소들은 아이디어에 해당하여 한쪽에  독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오픈넷은 지식은 인류 공동의 자산이며 창작자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창작자보상권, 베스트셀러)과 균형있는 저작권보호(저작권비형사화)을 위해 힘써왔고 이번 사건처럼 아이디어 자체를 독점시키려는 시도는 저작권의 본래 목적인 “문화예술의 창달(저작권법 제1조)”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저작권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구체적인 표현을 보호한다

저작권법은 창작자의 표현을 보호하는 제도이지, 새로운 아이디어나 제작 방식을 독점하게 하는 제도가 아니다. 같은 아이디어라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으며, 특정 창작자가 아이디어를 먼저 활용했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창작자들이 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것까지 금지할 수는 없다. 아이디어에 대한 독점은 후속 창작자들의 자유를 제한하여 문화예술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소송에서 <최강야구> 측은 실제 프로야구 경기를 연상시킬 정도로 진지한 경기를 펼치고, 프로야구 구단처럼 한 시즌을 운영하며, 선수 선발과 훈련 등 실제 구단의 운영 과정을 프로그램에 구현하는 방식 등이 다른 야구 예능 프로그램과 구별되는 창작적 특징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요소들은 기본적으로 실제 프로야구와 유사한 경험을 시청자에게 제공한다는 아이디어 또는 제작 방식에 해당한다. 실제 프로야구 경기처럼 시즌을 운영하거나, 선수 선발과 훈련 과정을 보여주거나, 전문 캐스터와 해설위원의 중계를 활용하는 방식 자체를 특정 프로그램이 독점할 수는 없다. <불꽃야구>가 <최강야구>와 유사한 아이디어를 활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저작권 침해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방송 포맷이라는 이유만으로 저작권 보호가 언제나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포맷의 구성 요소들이 구체적인 표현으로 구현되어 있고, 저작권으로 보호되는 표현을 실질적으로 복제했다면 저작권 침해가 성립할 수 있다. 그러나 아이디어와 제작 방식의 유사성만으로는 부족하다. 저작권 침해 여부를 판단하려면 양 프로그램의 창작적인 표현이 실질적으로 유사한지를 살펴야 한다.

구성 요소의 선택과 배열에 창작성이 있다고 해서 저작권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방송 포맷의 저작권 보호를 논할 때 자주 인용되는 판결이 2017년 대법원의 이른바 ‘짝’ 판결이다. 이 판결은 리얼리티 방송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개별 요소뿐 아니라, 그 요소들이 일정한 제작 의도나 방침에 따라 선택·배열되어 프로그램 전체에 창작적 개성을 형성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오픈넷은 이 판결이 저작권보호의 요건인 창작성과 표현성의 구별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어떤 요소를 선택하고 배열한 방식에 창작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선택과 배열 자체가 아이디어의 영역에 머문다면 저작권으로 보호할 수 없다. 창작성이 있다는 것과 저작권으로 보호할 수 있는 표현이라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실제로 대법원은 다른 판결에서 저작권 침해 여부를 판단할 때 창작적인 표현 형식만을 비교해야 하며, 표현이 아닌 아이디어 자체의 독창성이나 신규성을 고려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하고(대법원 2013. 8. 22. 선고 2011도3599 판결) ‘짝’판결에서도 이 문구를 그대로 인용한 바 있다. 방송 포맷 역시 이러한 원칙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소재의 선택과 배열이 독창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아이디어 단계부터 독점할 수 있게 된다면, 다른 창작자들이 동일한 아이디어를 각자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까지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짝’ 판결의 문제는 구성 요소의 선택과 배열에 창작적 개성이 있는지를 판단하면서, 그 선택과 배열 자체가 저작권 보호 대상인 표현인지에 대한 검토를 전혀 하지 않았다. 아이디어의 영역에 속하는 요소들을 창작적으로 선택·배열했다는 이유만으로 저작권을 인정한다면, 결국 아이디어를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할 수 있는 후속 창작자들의 자유까지 제한하게 된다.

‘최강야구’와 유사한 아이디어를 활용했다고 해서 저작권 침해는 아니다

‘짝’ 판결의 법리를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이번 사건에서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기는 어렵다. <최강야구>가 창작적 특징이라고 주장하는 요소들을 살펴보면, 그 핵심은 실제 프로야구와 유사한 진지한 경기를 한 시즌 동안 보여준다는 아이디어에 있다. 그런데 <불꽃야구>는 선수 선발과 훈련 과정 소개, 경기 운영, 중계와 편집 등이 <최강야구>와 다르다.즉 대법원이 짝 판결에서 창작적이라고 본 ‘선택과 배열’에 있어서 <불꽃야구>는 <최강야구>를 따라 하지 않았다.  

저작권 보호가 창작의 자유를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

저작권 제도는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동시에 더 많은 창작과 문화예술의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다. 저작권의 보호 범위를 아이디어와 제작 방식까지 넓히면 기존 창작자가 특정 장르나 형식의 활용을 사실상 독점하게 되고, 후속 창작자들이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불필요한 제약이 생길 수 있다.

방송 포맷의 구체적인 표현이 저작권으로 보호될 수 있다는 것과 그 포맷을 구성하는 아이디어까지 독점할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법원은 두 프로그램의 전반적인 유사성이나 구성 요소의 공통점만을 근거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 저작권이 보호하는 창작적 표현이 무엇인지, 그 표현이 복제되었는지를 엄밀하게 살펴야 한다.

오픈넷은 이번 소송이 저작권 보호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 다시 묻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저작권은 창작자의 구체적인 표현을 보호하기 위한 권리이지, 다른 창작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선점하기 위한 권리가 아니다. 저작권 보호가 창작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또 아이디어는 특허나 영업비밀이 아닌 이상 자유롭게 공유되어야 한다. 

2026년 11월 02일

사단법인 오픈넷

Powered By EmbedPress

[관련 글]
[요약문] “창작노동의 정당한 보상” 정책 토론회 (2023.07.28)
불공정한 저작권 계약 바로잡는 저작권법 개정안 발의 (2015.04.30)
[국회 토론회] 합의금 장사 방지를 위한 저작권법 개정안 토론회 개최 (2016.02.15.)

0 Comments

Submit a Comment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최신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