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높은 망사용료에 고사하는 한국 인터넷

by | Jan 16, 2024 | 망중립성, 오픈블로그 | 0 comments

글 | 박경신(고려대 교수, 오픈넷 이사)

트위치가 한국 통신사들에게 내야 하는 망사용료(network fees)가 다른 나라의 10배가 넘는다며 한국시장 퇴장을 선언했다. 인터넷은 세계 컴퓨터들이 서로 연결된 망인데 어느 한 망사업자도 세계망을 통제하지 않으니 다른 망사업자들과의 접속 및 계약을 통해 자신의 고객이 전 세계 다른 모든 망사업자의 고객(컴퓨터)들과 직접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해준다. 인터넷에 접속하고 싶은 개인이나 회사는 세계 망사업자 중 하나에라도 인터넷접속료를 내면 그 망사업자는 고객에게 그럴 의무가 있다.

트위치가 한국에 낸 돈이 인터넷접속료는 아니다. 한국 통신사들로부터 인터넷을 구매한 것이 아니라 한국망과의 접속만 구매한 것이다. 실제로 고객 수 기준 세계 최대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 업체인 클라우드플레어에 따르면 한국망과의 접속료가 다른 나라들에 비교해 20~30배 비싸다. 한국 망사업자들이 국내 콘텐츠제공자(CP)들로부터 받는 인터넷접속료도 망사업자 전문 데이터베이스인 텔레지오그래피에 따르면 서울이 뉴욕·LA의 5~6배, 런던·파리의 8배, 프랑크푸르트의 10배로 나온다. 트위치로부터 받는 지역망접속료가 다른 지역망에 비해 10배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인터넷접속료든 지역망접속료든 왜 한국만 이렇게 높을까?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2016년부터 시행되어온 발신자종량제 때문이다. 망사용료는 한국 외 어디에서도 종량제 즉 데이터를 보낸 양에 비례해 발신자가 돈을 내는 방식으로 정산되지 않는다. 발신자종량제는 망사업자들간에만 시행됐지만 해악은 CP들에게 그대로 전가되었다. 망사업자가 인기 있는 CP를 고객으로 두면 그 CP의 콘텐츠를 다른 망사업자들의 고객들이 받아가면서 다른 망사업자에게 발신자종량제에 따른 정산을 해줘야 하므로 인기 CP를 고객으로 유치할 동기가 없어져 버렸다. 해외 CP들이든 국내 CP들이든 망사업자들이 고객으로 유치할 경쟁을 하지 않으니 인터넷접속료든 지역망접속료든 외국에 비해 천정부지로 오르게 된 것이다.

왜 한국만 발신자종량제인가? 통신3사의 과점에 정부 정책이 포섭됐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인구 2000만 이상의 이동통신시장에서 시장과점지수(HHI)가 가장 높다.

세계 최고의 망사용료에 해외 CP들은 떠나고 국내 CP들은 허덕이는 상황, 미래는 어떻게 될까? 글로벌 CP들 중 트위치보다 더 인기가 있는 페이스북, 넷플릭스, 구글 등은 세계 여느 곳과 마찬가지로 지역망접속료 납부요구 없이 국내망에 접속해왔다. 국내 망사업자들은 이들의 직접접속을 허용해야 자신들이 상위 망사업자들에게 내는 접속료를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위 ‘망사용료법’으로 이들 CP들에게도 지역망접속료 납부를 강제하려 했었고 이 법이 통과된다면 글로벌 CP들은 트위치처럼 한국 서비스를 중단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CP들이 떠나면 국내 CP들에게 호재’라는 입장은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에서 인터넷을 구매할 수밖에 없는 CP들은 어쩔 수 없이 세계주요국 8~10배의 망사용료라는 경제적 부담에 허덕이게 된다는 사실을 외면한다.

코로나 동안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트래픽이 5배 늘었지만 망유지 및 증설비용은 늘어나지 않았다. 세계 어느 통신사도 데이터트래픽이 늘면 망유지증설비용이 늘어난다는 통계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유럽에서 ‘망사용료법’ 근거로 통신사들이 제시한 것이 고작 자신들의 이윤율 및 시가총액이 글로벌 CP들에 비해 낮다는 것 정도다. 몇몇 CP들이 트래픽증대를 ‘유발’한다고? 인터넷트래픽의 90%는 수신자가 링크 클릭을 통해 유발하는 웹트래픽이고 망사업자들은 수신자들에게 원하는 데이터를 전달해주겠다는 약속을 유료 판매하고 있다. 누가 데이터 유발자인가? 국내 스마트폰의 9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도 그만큼 데이터트래픽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가?

망유지증설비용이 ‘과도하게’ 늘어날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망은 CP와 이용자들이 원하는 만큼만 발전한다. 자신들이 원하는 접속량에 비례해 인터넷접속료를 자신 지역의 망사업자들에게 냈고 망사업자들은 돈을 받은 만큼만 망을 깔아왔다. 최근 한국 5G망은 바로 수요에 앞서 공급하려다 나온 실패했던 것이다. 더 빠른 지름길접속을 원하는 대형 CP들은 스스로 해저케이블과 서버망을 전 세계에 깔았다.

데이터 이동은 발신자, 수신자, 내용, 과금 여부에 관계없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망중립성 원칙은 세계 모든 사람이 서로 무제한 소통할 수 있는 정보혁명을 열었다. ‘소통하는 만큼 돈을 낸다’는 발신자종량제는 망중립성에 반하고 정보혁명을 고사시킨다. 하루빨리 폐지해서 한국 인터넷을 살려야 한다.

이 글은 고대신문에 게재(2024.01.15.)되었습니다.

[오픈넷 서명운동] 인터넷을 지킵시다! 망중립성을 지킵시다! 우리는 ‘망이용료’ 법안에 반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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