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의 선관위 선거법 위반 정보 삭제 처분에 대한 위법 판결을 환영한다 

by | Dec 17, 2025 | 논평/보도자료, 소송, 표현의 자유 | 0 comments

지난 12월 11일, 대법원에서 대전광역시선거관리위원회의 일명 공직선거법상 혐오표현 금지 조항 (제110조 제2항) 위반 정보 삭제 처분의 위법성을 확인하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025. 12. 11. 선고 2023두39601). 오픈넷은 이번 대법원 판결이 선거관리위원회의 공직선거법 조항에 대한 과도한 해석과 적용, 그리고 인터넷상 선거 관련 정보에 대한 광범위한 검열 권한(제82조의4 제3항) 남용에 제동을 거는 것이라 환영한다.

공직선거법 제110조 제2항은 ‘누구든지 선거운동을 위하여 정당, 후보자, 후보자의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나 형제자매와 관련하여 특정 지역ㆍ지역인 또는 성별을 공연히 비하ㆍ모욕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전광역시 선거관리위원회는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 내의 게시글 중 당시 여야 비례대표 대표 후보들 중 전과기록이 있는 후보자들이 많다는 사실을 보도하면서 제목에는 여성 후보 2인만을 대표적으로 적시하고 있는 기자를 비판하는 글, 신원미상의 한 남성이 여성의당 비례대표 후보의 선거운동을 하던 당원에게 돌을 던졌다는 내용의 기사를 인용하며 이를 비판하는 글 등 3건이 본 조항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삭제 명령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이 게시글들은 선거 과정에서 언론이 여성 후보자에 대해 편견이나 공격을 조장하는 행태를 지적하고, 여성주의를 의제로 한 정당의 선거 유세를 폭력적으로 방해한 행위를 비판하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는 일종의 여성 혐오 범죄로 볼 수 있는 행위에 대한 문제 제기이자 보호 가치가 높은 정치적 표현으로, 함부로 삭제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오픈넷은 2020년 12월, 이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1심, 2심은 선관위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 사건 게시글들이 공직선거법상 혐오표현 금지 조항인 제110조 제2항 위반이라는 것이었다. 성별(남성)을 비하하는 표현이 포함되어 있고, 그것이 정당, 후보자와 관련이 있다고 보았다. 특히 2심은, ‘특정 지역ㆍ지역인 또는 성별을 비하ㆍ모욕하는 행위와 정당ㆍ후보자 등과의 관련성’을 해석하면서, 그 맥락과 내용보다는 비하ㆍ모욕하는 ‘행위’가 정당ㆍ후보자 등과 관계만 있으면 관련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해당 게시글들이 공직선거법 제110조 제2항에 위반되는 정보에 해당하지 않으며, 대전선관위의 처분은 처분사유가 없는 위법한 처분이라고 보아 파기환송을 판결했다. 대법원은 “공직선거법 제110조 제2항에서 특정 지역·지역인 또는 성별을 비하·모욕하는 행위가 정당·후보자 등과 관련된다고 인정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그 ‘행위’가 정당·후보자 등과 관련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특정 지역ㆍ지역인 또는 성별을 “비하·모욕적 표현의 ‘내용’ 자체가 정당·후보자 등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고, 그로 인해 특정 후보자의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나아가 대법원은 이 사건 게시글들에 성별 비하적 표현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편향적인 기사를 작성한 기자나 언론사를 향한 표현이거나 여성 후보자의 선거운동 과정에서 발생한 범죄 사건에 대한 분노, 그리고 가해자인 남성을 비판하는 의견을 나타낸 것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이러한 표현들은 특정 정당·후보자 등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어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고, 특정 정당·후보자 등의 당선을 도모하려는 ‘선거운동을 위한다’는 목적의사 역시 객관적으로 인정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본 사건은 공직선거법상 과도한 표현 규제 조항이 선거관리위원회의 포괄적인 검열 권한과 결합되어 광범위하게 남용됨으로써, 선거기간 중 인터넷상에서 이루어지는 국민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부당하게 침해되고 있는 문제를 선명하게 드러낸 사안이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요건이 불명확해 자의적으로 해석·적용될 우려가 있는 공직선거법 제110조 제2항에 대해 보다 합헌적인 해석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아울러 선거관리위원회의 위헌적인 선거법 해석과 적용, 그리고 삭제 명령권 남용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직선거법에는 선관위의 자의적인 해석과 적용을 통한 검열 권한 남용의 위험성이 상존하는 등 여전히 과도한 규제가 산재해 있다. 최근에는 거의 모든 형태의 정치적 딥페이크 콘텐츠를 규제할 수 있는 조항(제82조의8)까지 도입되었다. 이에 대해 오픈넷은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다. 근본적으로는 우리 사회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는 공직선거법 전반의 규제 체계와 지속적인 규제 강화 흐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2025년 12월 17일

사단법인 오픈넷

2023두39601_판결문-비실명화

[관련글] 
[공익소송] 오픈넷, 선관위의 인터넷 게시물 삭제 요청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 제기 (2020. 12. 23.)
[논평] 선관위의 인터넷 게시글 삭제명령 건수 폭증, 2022년만 10만 건 넘어 (2022. 7. 26.)
[공익소송] 오픈넷, 공직선거법 딥페이크물 금지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 제기 (2025. 10. 2.)

English version text

0 Comments

Submit a Comment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최신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