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넷, 외국인의 정치활동 금지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 청구

by | Jan 30, 2026 | 논평/보도자료, 소송, 소송자료, 표현의 자유 | 0 comments

2026년 1월 28일, 사단법인 오픈넷은 법무법인 혁신(담당변호사 손지원, 박지환)과 함께 일명 ‘외국인의 정치활동 금지 조항’인 출입국관리법 제17조 제2항에 대한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출입국관리법 제17조 제2항(이하 ‘본 조항’)은 “대한민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서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치활동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며, 국내 체류 외국인의 정치활동을 원칙적, 전면적, 포괄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위반시에는 강제퇴거 및 출국권고⠂명령 등의 대상이 된다. 

‘정치활동’이란 ‘개인, 국가와 사회의 정치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모든 행동’으로 매우 폭넓게 해석될 수 있다. 이로 인해 국내 체류 외국인들의 전반적인 사회 활동과 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저해, 위축되고 있다. 

외국인이 본국의 정치 상황에 대하여 의견 표명을 하는 것이나 국제 정치 현안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는 것도 ‘정치활동’에 해당하여 금지될 수 있다. 예를 들면, 미얀마 국적의 국내 체류 외국인이 미얀마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는 집회‧시위에 참여하는 것과 같이, 외국인이 자국 혹은 타국의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의 확립을 촉구하는 행위도 금지될 수 있고, 국내 체류 팔레스타인인이 한국에서 팔레스타인 해방 운동 등의 활동을 하는 것도 금지될 수 있다. 또한 기후, 환경 등 전 지구적 이슈와 관련한 활동, 혹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인권 증진을 위한 활동 역시 각 국의 관련 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치활동’으로 금지될 수 있다.  이번 헌법소원의 청구인들도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설립된 비영리단체에서 일하는 외국인들로, 본 조항의 존재로 인해 국내의 기후, 환경, 에너지 정책에 대한 찬성 혹은 반대의 의견을 표명하는 기자회견이나 집회, 시위, 캠페인 등에 자유로이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자들이다. 청구인들 외에도 난민, 이주민, 국제 분쟁 등의 이슈에서 많은 외국인 당사자들과 공익단체 소속 외국인 활동가들이 본 조항 위반으로 강제퇴거 등의 대상이 될 것을 우려하여 대외적으로 의견을 표명하거나 집회, 시위에 참여하는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비록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하더라도, 국내에서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활동을 영위하며 우리 사회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에 기여하는 구성원이다. 외국인이 자신이 거주하며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제도, 정책, 문화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정치활동을 하는 역시 당연히 표현의 자유로 보호받아야 하며, 그들의 목소리를 민주적 공론장에서 배제시키는 것은 부당한 차별이자 민주주의 원칙에도 위배된다. 외국인에게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지위와 기여도를 인정하여 지방선거권 및 각종 지방자치와 관련한 투표권도 부여하고 있으면서, 이들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전면적, 포괄적으로 제한하며 정치적 영향력의 행사를 금기시하고 민주적 공론장에서 배제하는 본 조항을 두는 것은 법체계상으로도 모순이다. 

또한 특히 외국인은 우리 사회에서 소수자의 지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의사를 표현‧전파할 자원과 그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며, 그들의 의견이 국가의 정책과 관련한 의사결정에 반영될 기회나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낮다. 한편, 외국인으로서의 특수한 지위로 인해 이주민 정책, 난민 정책, 이주노동자 정책 등 본인의 삶과 생존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 많고, 이러한 정책에 대해 당사자로서 적극적인 정치적 표현, 정치활동이 필요한 경우도 많다. 또한 사회적 소수자로서 혐오표현, 혐오문화로 인한 사회적 차별과 배제의 피해자인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이러한 혐오문화를 바로잡기 위한 대항 표현, 대항 활동도 필요하다. 즉, 외국인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그들의 소수자성으로 말미암아 더욱 긴요한 것이다. 

또한 외국인의 정치적 표현이 금지되면, 국내‧외의 사회‧정치적 이슈와 관련한 외국인의 시각에 대해 우리 국민이 알 권리도 침해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본 사건 청구인들과 같이 글로벌한 전문 지식을 갖춘 외국인의 목소리도 차단될 수 있고, 이는 곧 우리 국민들이 질 높은 정보와 다양한 관점을 접할 기회도 차단됨을 의미하며, 우리 사회의 발전이라는 공익의 저해로도 이어진다.

외국인의 정치활동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본 조항은 유신 시절 만들어진 법으로,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사회 전반을 통제하던 권위주의 시절의 유산이자, 외국인을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 아닌 ‘잠재적 위해 요소’로 간주하던 유신 시대의 낡은 시각에 머물러 있는 법이다. 본 조항이 신설된 해인 1977년으로부터 약 반세기에 가까운 시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2025년 기준 280만 명을 넘어서게 되었으며, 총인구 중 약 5.5%에 이른다.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오늘날, 정작 내부적으로는 외국인, 이주민에게 ‘침묵’을 강요하고 정치적, 제도적으로 소외시키는 폐쇄적인 법제를 유지하는 것은 국제적으로도 대한민국의 글로벌 선진국가, 민주주의 국가로서의 이미지를 크게 격하시키는 것이다. 본 조항은 권위주의적 시절의 낡은 시각에서 벗어나, 세계화 시대에 외국인의 기본권을 평등하게 보장하고, 우리 사회의 발전과 국제적 수준에 걸맞는 민주주의의 확립을 위해서도 반드시 폐지되어야 할 위헌적 법률이다. 헌법재판소가 하루빨리 의미있는 결정을 내려주기를 기대한다. 

2026년 01월 29일

사단법인 오픈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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