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넷, ‘조롱·비하·멸시·희화화’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한 자문의견서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

by | Sep 14, 2026 | 논평/보도자료, 입법정책의견, 표현의 자유 | 0 comments

사단법인 오픈넷은 「조롱·혐오정보」를 정보통신망법상 불법정보로 규정하고 형사처벌 및 행정제재를 도입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훈기 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2219096)에 대한 자문의견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하였다.

해당 개정안은 ‘조롱·혐오정보’를 신설하여 유통을 금지하고, 이를 반복적·악의적으로 게재하거나 유통한 자를 형사처벌하는 한편,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및 게시판 운영자에게 삭제·접속차단, 노출 및 검색·추천 제한, 계정 이용제한, 수익화 제한 등의 조치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또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이러한 조치를 명령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게시판 또는 정보통신서비스의 운영정지·폐쇄까지 명령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오픈넷은 이 개정안이 규제 대상인 ‘조롱·혐오정보’를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불명확하게 정의하고 있으며, 단순한 조롱·비하·멸시·희화화까지 형사처벌과 행정제재의 대상으로 삼아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판단한다.

개정안은 ‘조롱·혐오정보’를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모욕·조롱·비하·멸시하거나 희화화’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정보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모욕’, ‘조롱’, ‘비하’, ‘멸시’, ‘희화화’는 표현의 맥락과 어조, 이미지, 수용자의 해석 등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는 추상적이고 가변적인 개념이다.

개정안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정당한 비판·토론·보도, 학술·예술 활동, 풍자 또는 패러디’를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지만, ‘공공의 이익’, ‘정당한 비판’, ‘풍자’, ‘패러디’ 역시 명확한 경계를 설정하기 어렵다. 특히 풍자와 패러디는 조롱이나 희화화를 통해 사회적 문제를 비판하는 표현 방식이기도 하다. 결국 어떤 표현이 보호되는 비판이나 풍자이고 어떤 표현이 처벌되는 조롱인지에 대한 판단을 국가와 사업자에게 맡기게 된다.

이처럼 형사처벌과 행정제재의 기준이 불명확하면 국민이 자신의 표현이 규제 대상인지 예측하기 어렵고, 사업자 역시 제재를 피하기 위해 합법적인 표현까지 삭제할 가능성이 커진다.

사람이나 집단을 조롱하거나 비하하고, 멸시하거나 희화화하는 표현 그 자체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표현이 무례하거나 불쾌하고 누군가에게 모욕적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이유만으로 국가가 형벌을 통해 그 표현을 금지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다.

특히 조롱과 희화화는 정치적 풍자와 사회 비판에서 흔히 사용되는 표현 방식이다. 불법 도박이 적발된 연예인에게 ‘칩사마’, 음주운전으로 인명피해를 낸 연예인에게 ‘킬러조’라는 별명을 붙이는 표현은 도박이나 음주운전에 대한 대중의 거부감과 비판적 의견을 드러내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러한 표현이 ‘조롱·비하’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규제 대상이 된다면, 정당한 사회 비판적 표현까지 함께 위축될 수밖에 없다.

더불어 개정안은 사자(死者)에 대한 조롱·혐오표현까지 규제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적·역사적 인물에 대한 비판과 평가, 패러디와 풍자까지 규제 대상이 될 경우, 과거 인물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 표현까지 국가가 통제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표현으로 인해 구체적인 권리침해가 발생하거나 차별·배제·폭력으로 이어질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그에 상응하는 법적 대응을 검토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구체적인 해악이나 위험과 무관하게 단순히 ‘조롱’, ‘비하’, ‘멸시’, ‘희화화’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처벌하는 것은 과도하다. 특정 개인에 대한 모욕이나 명예훼손 등 구체적인 권리침해에 대해서는 현행 법률에 따른 구제수단도 존재한다.

개정안은 불명확한 ‘조롱·혐오정보’에 대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와 게시판 운영자에게 삭제·차단 등 광범위한 조치의무를 부과하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이를 명령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업자는 제재를 피하기 위해 규제 대상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표현까지 선제적으로 삭제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개정안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게시판이나 정보통신서비스의 운영정지 및 폐쇄까지 명령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부 문제가 있는 정보가 유통되었다는 이유로 해당 사이트 전체를 차단하는 것은 그곳에서 유통되는 합법적인 정보와 이용자들의 표현까지 함께 차단하는 과도한 규제가 될 수 있다.

운영정지와 폐쇄의 기준 역시 ‘정당한 사유 없이’, ‘피해 정도와 사회적 파급력이 현저한 경우’ 등 추상적인 요건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행정기관에 광범위한 재량을 부여하여 자의적인 법 집행과 표현물 통제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오픈넷은 혐오와 차별에 대응할 필요성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그 대응이 무엇이 ‘조롱’이고 ‘혐오’인지 국가가 광범위하게 판단하고, 이를 형사처벌과 행정제재를 통해 삭제·차단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해야 할 것은 정중하고 합리적인 표현만이 아니다. 때로는 거칠고 불쾌하며 논쟁적인 표현도 자유롭게 제기되고 서로 비판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국가가 표현의 유해성을 일차적으로 판단하여 조롱이나 비하와 같은 추상적인 개념을 기준으로 표현을 금지한다면 다원적인 공론장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

혐오와 차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표현의 형식이나 불쾌감 자체가 아니라, 집단 구성원에 대한 실제적인 차별·배제·폭력으로 이어질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있는 경우에 한해 필요한 범위에서 대응하는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 오픈넷은 ‘조롱·혐오정보’라는 불명확한 개념을 근거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형사처벌과 행정제재까지 도입하는 본 개정안을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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