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오픈넷은 2025. 8. 14.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이수진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2210281)에 대한 반대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본 법안은 이미 사망한 사람에 대한 모욕 및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에까지 형사처벌의 대상을 넓히는 것으로서 역사적 과오가 명백한 인물들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차단하는 데 남용될 위험이 크다. 이는 역사적 인물에 대한 비판적 표현행위를 위축시킬 위험이 높은 법안으로서 철회되어야 한다.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이수진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2210281)에 대한 의견서
1. 법안요지
본 개정안은 사자(死者)에 대한 모욕행위를 현행 모욕죄의 법정형과 마찬가지로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자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현행 명예훼손죄와 마찬가지로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사자를 비방할 목적으로 출판물에 의하여 명예를 훼손한 자를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2. 사자(死者)에 대한 모욕죄 추가 부분
가. 모욕죄의 위헌성
모욕죄는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가 없어도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인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형사처벌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형사범죄의 구성요건으로서 ‘모욕’은 추상적이고 불명확하여 판단자의 주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는 개념으로서 일반인, 심지어 법전문가조차도 어떤 표현이 모욕에 해당하는지를 명확히 판단하기 어렵다. 몇 개의 모욕죄 판례들을 보더라도 타인에 대한 부정적인 의사표시에 대해 모욕죄 성부를 결정할 분명한 기준이나 일관성을 찾기 어렵다. 이에 모욕죄에 대하여는 여러 차례 헌법소원이 제기되었고 폐지법안도 발의되어 왔다.
이러한 불명확한 ‘모욕’ 개념을 구성요건으로 삼고 있는 모욕죄는 죄형법정주의 및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하여 표현의 자유를 심대하게 침해할 위험이 높다. 또한 개인의 감정 표명에 지나지 않아 일상적이고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도 없는 표현행위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는 것은 수사력 등 국가 자원의 낭비이면서 일반 국민에게 평생의 전과기록을 남길 수 있는 것으로, 비례의 원칙에도 위반할 소지가 높다. 또한 모욕죄는 명예훼손죄와 달리 공익적 목적에 따른 위법성조각사유도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공인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차단하는 데에 남용되기도 한다.
위와 같은 이유로 현행 형법상 모욕죄는 위헌의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는 법제이다. UN 인권위원회는 사실적 주장이 아닌 단순한 견해나 감정 표현에 대하여 형사처벌이 이루어져서는 안 됨을 선언하였고,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역시 이를 지적한 바 있는데, 모욕죄는 이러한 국제기준과 권고를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다.
나. 사자(死者)에 대한 모욕까지 형사처벌의 대상을 넓히는 것은 더욱 위헌적이며 역사적 인물에 대한 비판적 표현행위를 위축시킴
위와 같이 현행 모욕죄 역시 위헌성이 문제되는 상황에서, 현재 사회생활을 영위하고 있지 않은 사자의 사회적 평가를 보호하기 위해, 구체적인 사실의 왜곡 없이 단순히 부정적인 감정을 표명하거나 욕설을 하였다고 하여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는 것은 더욱 위헌적이다.
대중 사이에서 비판적으로 회자되는 사자는 제안이유에서 들고 있는 참사 희생자 및 유명인들보다 공적 인물 중 친일인사, 독재자 등 역사적 과오가 명백한 인물들인 경우가 더욱 많다. 사자 모욕죄가 신설되는 경우, 이들의 유족이 망인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차단하는 데에 본 조항을 남용할 위험이 크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국민의 비판적 표현행위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3. 사자(死者)에 대한 사실적시 명예훼손 부분
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위헌성
이미 형법 제307조 제1항 및 제309조 제1항에 대하여, 이는 진실을 말한 경우에도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미투 운동 등 각종 사회 부조리 고발 활동을 위축시키며 포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있다. 최근 위 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헌법재판소 2021.2.25. 선고 2017헌마1113, 2018헌마330(병합) 전원재판부 결정)에서도 4인의 재판관이 지적한 바와 같이, 진실한 사실을 토대로 토론과 숙의를 통해 공동체가 자유롭게 의사와 여론을 형성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이며, 진실한 사실이 가려진 채 형성된 허위·과장된 면예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를 야기하면서까지 보호해야 할 법익이라고 보기 어렵고, 향후 재판절차에서 형법 제310조로 무죄 판단을 받을 가능성이 있더라도 본 조항의 존재 및 공익성 입증의 불확실성으로 표현행위에 대한 위축효과가 심대한 점, 진실한 사실을 적시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법질서에 의해 부정적으로 평가되는 행위로 보기 어렵고, 진실한 사실의 적시로 손상되는 것은 잘못되거나 과장된 사실에 기초한 허명에 불과하므로 사실적시 명예훼손 행위를 형사처벌이 필요한 정도의 행위반가치와 결과반가치를 가진 행위로 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본 조항의 위헌성은 심대하다. 이에 명예훼손죄를 친고죄로 하여 제3자 고발 남용을 방지하고자 하는 개정안[1] 및 명예훼손죄 구성요건에 ‘비방의 목적’이라는 주관적 요소를 추가하는 개정안[2] 등이 발의된 상태이다.
나. 사자(死者)에 대한 사실적시에까지 형사처벌의 대상을 넓히는 것은 더욱 위헌적이며 역사적 인물에 대한 비판적 표현행위를 위축시킴
앞서 검토한 사자에 대한 모욕죄에서와 같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위헌성이 문제되는 상황에서, 사자에 대한 구제척인 사실의 왜곡 없는 경우에도 형사처벌이 가능하게 하는 것은 매우 위헌적이다.
본 개정안 제안이유에서 들고 있는 사회적 참사 사건 희생자에 대한 악성게시물 등은 대부분 망자에 대한 허위사실을 적시한 경우가 문제되는 경우로서, 입법 공백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반면 사자에 대한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처벌하는 조항을 신설하여 발생할 위축효과는 심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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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최기상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2203388 / 전현희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2204572)
[2]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조국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2204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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