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선전물을 통한 정치인의 혐오표현 대응 긴급 간담회

by | Jun 16, 2026 | 오픈토크 | 0 comments

지방선거 당시 현수막과 공보물 등 선거 선전물을 이용한 선거 후보들의 혐오표현에 대한 대응 방법을 모색하는 긴급 토론회를 손솔 국회의원실에서 주최했습니다. 오경미 오픈넷 연구원이 토론자로 참여했습니다.

  • 일시: 2026년 6월 15일 (월) 오후 2~4시
  • 장소: 국회의원 제4간담회의실
  • 공동주최: 진보당 손솔 국회의원, 한국성소수자인권단체연합 무지개행동, 사단법인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 사단법인 오픈넷,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 한국 여성 퀴어 법조회
  • 프로그램:
    • 인사말
    • 발제: 선거기간 혐오 선전물 현황 보고 및 현재 관련 법률과 과제 (윤재은 손솔의원실 선임비서관)
    • 토론:
      • 사단법인 오픈넷 오경미 연구원
      •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장예정 상임집행위원장
      • 한국성소수자인권단체연합 무지개행동 박한희 공동대표
      • 민변 소수자인권위원회 이푸른 변호사
      • 참석부처: 행정안전부, 국가인권위원회

아래는 오경미 연구원 발제문

오픈넷은 지난 2025년 말부터 수차례에 걸친 세미나를 통해 인권옹호활동가, 그리고 법률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고위공직자의 혐오표현을 실질적으로 규율할 수 있는 법안을 마련해 왔습니다. 창립 이래 줄곧 표현의 자유를 최우선 가치로 삼고 옹호 활동에 앞장서 온 오픈넷이, 역설적으로 표현을 ‘제한’하는 법안을 주도하고 입법 캠페인 등의 활동을 주도하게 된 데에는 우리 사회의 시급하고도 엄중한 배경이 있습니다.

그동안 오픈넷은 일반 시민들의 표현을 위축시켰을 때 돌아오는 사회적 해악이 훨씬 크다는 점을 일관되게 지적해 왔습니다.

그렇기에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제도를 만들기보다는 소수자의 인권을 보장하고 강화하기,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나 팩트체크 활성화하기, 대항표현 만들어내기, 그리고 사회적 연대 강화하기 같은 포괄적인 관점에서 민주적 시민운동을 더욱 강조해 왔습니다.

이러한 운동은 아시다시피 오랜 시간과 무수한 공을 들여야만 겨우 결실을 볼 수 있는, 지난하고 느린 과정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시민사회단체들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한국 사회는 느리지만 바뀌어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국회의원이나 정부 부처의 장관급 등 막강한 권력을 쥔 고위공직자들이 언론과 공적인 자리에서 노골적으로 소수자나 사회적 참사의 희생자를 향해 던지는 멸시나 배척의 혐오표현은 시민사회가 수년에 걸쳐 공들여 쌓아 올린 사회적 연대를 한순간에 무너뜨렸습니다. 그 파급력과 전파 속도는 시민사회의 노력과 감히 견줄 수 없을 정도로 막강했습니다.

더불어 최근 정치권의 무차별적인 표현의 규제 기조 역시 이번 입법을 서두르게 된 중대한 배경입니다. 현재 이재명 정부는 집권 이후 극우화된 일부 시민들의 혐오표현을 억누른다는 기조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혐오표현에 대한 정교하고 명밀한 정의도 없이 표현 전반을 무차별적으로 규제하려는 법안들이 무분별하게 발의되는 현 상황은 매우 심각한 유려를 낳고 있습니다.

게다가 정작 본인들이 혐오표현을 남발하면서, 일반 시민들의 표현은 규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정치인들의 이중잣대는 극에 달해 있습니다. 우리는 지난 정권 시절, 수많은 일반 시민의 정당한 표현들이 단지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황당한 명분 아래 삭제되고 통제당했던 사실을 똑똑히 기억합니다. 특히 국민의힘을 포함해 점점 극우화되고 있는 보수 정당은 본인들의 정권 안위에 위협이 되는 표현 규제에는 적극 찬성하면서도, 정작 본인들은 우리 사회를 분열시키는 혐오표현을 아무런 죄책감 없이 남발하고 있습니다. 사회의 법과 제도를 만드는 입법 주체들이 이토록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된 행동을 일삼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습니다. 일반 시민에게는 가혹한 가이드라인을 들이대면서 정작 자신들의 막강한 영향력에는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합니다.

언동에 책임을 져야하는 고위공직자들의 무책임함이 극우주의자들을 선동해 사회적 약자를 보란 듯이 위협하게 만들어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는 상황을 지켜보며 오픈넷은 대응의 필요성을 절감했습니다. 이에 오픈넷은 일반 대중의 표현의 자유는 보호하되, 정치권의 입법 모순을 시정할 수 있도록 시민사회단체 활동가와 법률 전문가와 함께 법안을 만들었고 12개의 시민사회단체와 이 법안의 발의를 위한 캠페인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명백하고 임박한 차별과 폭력을 선동하는 혐오표현은 즉각 처벌해야 한다’는 국제인권기준에 비추어 볼 때, 고위공직자들의 이러한 혐오 선동은 충분히 법적으로 규제 가능한 영역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이를 선별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역으로 일반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려는 시도를 막아내는 방어벽이 될 수 있다는 결론에도 이르렀습니다.

법안에 대해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국가인권위원회법에 혐오표현을 정의하는 조항을 신설하고, 이 정의에 포함되는 고위공직자들의 언행은 국회법, 국가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 공직선거법에 따라 제재를 받도록 설계했습니다.형사처벌 중심의 급진적 접근 대신 다층적 규율 구조를 제안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국가인권위원회법에 혐오표현 정의 조항 및 고위공직자 조사·시정 권고 규정을 신설하고, 국회법·공무원법을 개정해 직무상 의무 부과 및 징계 사유로 명시하며, 공직선거법에 공정경쟁 의무를 명문화하는 방안입니다. 이를 통해 일반인들의 혐오표현과 달리 실제적인 차별과 폭력 등 구체적인 해악으로 귀결될 위험이 매우 높은 고위공직자와 국회의원들 등 사회적 영향력이 큰 공직자의 혐오표현을 규율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5월 26일에는 국제포럼도 개최했습니다. 포럼에 참여한 국내외 법률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해당 법안의 정당성을 옹호했습니다. 데이비드 케이 전 유엔표현의자유특별보고관은 라바트행동계획을 준수하는 법안을 만든다면 표현의 자유에 부합하는 법안을 만들 수 있다며 긍정적인 가능성을 강조했습니다. 혐오표현과 표현의자유 모두에 있어 전문가인 유디트 베이어 부다페스트대학교 교수는 과도한 법적 규제는 정치적 반대파를 탄압하는 무기로 악용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혐오표현이 다원주의를 위축시키는 해악을 미치므로 형사처벌은 최후의 수단으로 두면서 엄격하고 좁은 정의와 제한된 규제 대상(고위공직자, 국회의원 등)을 설정하고 먼저 공적 자금 지원 중단, 당내 징계, 벌금 등 다각적인 제재 방식을 제시하는 EU 및 유럽 의회의 프레임워크를 공유했습니다. 포럼에 토론자로 참여한 김혜미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고위공직자의 혐오표현이 가짜뉴스(조직적 허위정보 캠페인)와 결합해 선거 과정을 왜곡하고 민주적 참여를 위축시키므로, 이들에게 더 높은 수준의 법적 책무를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저희가 제안한 법률 개정안에 대해서는 일반 국민이 아닌 수범자(공직자, 정치인)를 명확히 제한하고 공적 책무를 부과한다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를 최소화하는 정당성을 갖춘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다른 토론자였던 민주연구원의 류이현 연구위원은 안보화 이론의 관점에서 권력자을 가진 자의 혐오표현을 분석했습니다. 류이현 연구위원은 소수자 집단(이주민, 성소수자 등)을 공동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적’으로 규정하는 권력자의 발화 행위(Speech Act)는 정치를 실종시키고 배제와 폭력을 정당화한다고 비판적으로 분석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준일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한민국 헌법상 표현의 자유는 타인의 권리나 공공이익을 위해 제한될 수 있는 ‘상대적 권리’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경제 시장의 모순을 막기 위해 국가가 개입하듯, 사상의 자유시장에서도 공정성을 파괴하는 혐오표현에는 국가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고도 덧붙였습니다. 결론적으로 포럼 참가자들은 “고위공직자의 혐오표현은 사회적 해악이 막대하므로 일반인과 다른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했습니다. 다만 이를 규제하기 위해 곧바로 형사처벌을 도입하기보다는 인권위 조사, 공직 징계, 선거 의무 등 다층적이고 단계적인 법적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면서도 입법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길이라는 청사진을 도출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일반인들의 혐오표현 규제를 위한 법안을 발의했거나 발의를 고민하는 의원님들께 부탁드립니다. 일반인들의 혐오표현 문제는 단순히 법적 규제 도입이라는 일차원적이고 쉬운 방법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으며,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보다 통합적이고 전방위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우리 시민사회는 오랜 시간 동안 현장에서 혐오표현에 대응하며 실효성 있는 방법과 노하우를 쌓아왔습니다. 그렇기에 현장의 노력과 전문성을 배제한 채 성급하게 법으로만 혐오표현을 규율하려는 최근의 시도를 접했을 때, 우리 시민사회는 당혹감과 경악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혐오표현의 근본적인 억제는 일방적인 규제가 아닌 소통과 연대를 통해 가능합니다. 우리는 이 문제를 시급하게 인식하는 모든 국회의원분들이 성급한 입법에 치중하기보다 그동안의 역량을 축적해 온 시민사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혐오표현을 효과적으로 막아내기 위한 방법을 함께 찾아가는 가장 든든한 파트너가 되어주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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