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윤석열 ‘양심 고백 연설’ 풍자 영상 유포자 중 1인에 대해 경찰의 혐의없음 불송치 결정이 내려졌다. 명예훼손이 성립할 수 없는 풍자 영상에 대한 불송치 결정은 당연한 귀결이다. 그럼에도 본 영상의 제작자 및 일부 유포자들의 형사 사건은 검찰로 송치되어 현재까지 진행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검찰이 신속하게 본 사건들을 불기소 처분으로 종결할 것을 촉구한다.
해당 동영상은 ‘윤석열 대통령의 양심 고백 연설’이라는 제목의 약 45초 분량의 쇼츠 영상으로, 윤석열의 대선후보 시절 연설 영상을 짜깁기 편집해 윤석열이 스스로 무능하고 부패한 정부라고 고백하는 내용으로 만든 풍자 영상이다. 2024년 2월, 국민의힘은 본 동영상 제작자 및 유포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고 10명 가량이 입건되었다. 또한 방심위는 ‘사회질서 위반(사회적 혼란 야기)’을 이유로 본 동영상을 차단했다. 이에 대해 16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혐오와 검열에 맞서는 표현의 자유 네트워크(약칭 21조넷)’은 비판 성명을 발표하고 항의의 일환으로 본 영상 온라인 게시 운동을 하기도 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와 오픈넷은 영상 유포자 중 1인인 A씨에 대해 법률지원을 하여 A씨는 작년 11월, 경찰로부터 혐의없음 불송치 결정을 받았다. 가상으로 꾸민 영상임을 적시하고 있고, 내용상 건전한 사회통념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윤석열 대통령이 스스로 그런 발언을 하였을 것이라 믿을 가능성은 없을 것이기에 본 동영상은 풍자적 표현물이다. 풍자적 표현물은 대상에 대한 표현자의 의견이나 평가를 암시하는 허구의 내용으로, 대상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하는 표현물로 볼 수 없기에 명예훼손이 성립할 수 없다. 즉, A씨에 대한 경찰의 불송치 결정은 당연한 결과라 할 것이다.
그러나 본 영상의 제작자와 일부 유포자들의 사건은 검찰로 송치되어 현재까지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일부는 수사과정에서 자택, 휴대전화와 컴퓨터를 압수수색당했고 출국금지 조치까지 내려졌다고 한다. 이러한 수사는 이들이 다른 정치 세력과 연결되어 계획적으로 본 동영상을 제작, 유포한 것인지를 밝혀내기 위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명예훼손죄의 성부를 좌우하는 요소가 될 수 없다는 점에서 과도한 수사라 아니할 수 없다.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는지 여부는 그 ‘표현 행위’, ‘표현 내용’ 자체로 판단되어야 하고, 이 사건에서는 ‘해당 영상의 내용’만으로 판단되어야 하는 것이다. 같은 내용의 표현 행위를 했다면 즉, 같은 동영상을 유포한 것이라면 명예훼손죄 성부 판단도 같아야 하며, 제작을 달리 다루거나 표현자의 주관적인 사정에 따라 판단이 달라져서는 안 된다. 따라서 명예훼손으로 볼 수 없는 본 영상의 유포자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면, 다른 제작자나 유포자들에 대해서도 일관적으로 무혐의로 불송치, 불기소 처분을 내리는 것이 마땅하다.
무엇보다 이 정도 수준의 대통령 풍자, 정치 풍자물로 시민이 형사 피의자가 되어 압수수색 등의 가혹한 수사를 받는 상황은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이다. 명예훼손의 비형사화가 국제인권기준으로 정착된 이유는 바로 형사제도가 집권여당의 정치적 이익에 봉사하기 위해 국민의 소통을 재단할 위험 때문이다. A씨 사건에서 경찰이 다행히 불송치 결정을 내렸으나 돌이킬 수 없는 위축효과는 이미 발생했다. 윤석열의 불법 계엄 선포와 내란 행위로 윤석열의 반헌법성, 반민주성은 만천하에 드러났다. 대통령 명예훼손을 이유로 언론과 시민에게 가해졌던 이러한 형사적 탄압과, 제재, 검열을 통한 언론, 표현의 자유 침해 역시 윤석열의 반민주적 행태의 일환이었다. 수사기관은 윤석열 정부가 벌였던 이러한 반민주적 행태에 더 이상 동조하지 말고, 이들 사건을 신속히 불기소 처분으로 종결하여 하루빨리 시민들을 이 정부의 부당한 형사적 탄압에서 벗어나도록 하라.
2025년 2월 10일
사단법인 오픈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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