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후견주의의 덫에 갇힌 청소년과 모든 인터넷 이용자의 디지털 기본권

by | May 28, 2026 | 논평/보도자료, 소송, 소송자료, 표현의 자유, 프라이버시 | 0 comments

– 게임산업법 본인인증 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 합헌 결정 유감

– 게임의 정의가 모호한 이유는 ‘중독’을 빌미로 규제할 수 없을 만큼 게임이 우리 삶 속에서 미디어로 기능하고 있기 때문

헌법재판소는 2025년 11월 27일, 청소년의 인터넷 게임 활동 통제를 위하여 인터넷 게임 이용자에 대해 본인인증 절차를 거치도록 강제하는 구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12조의3 제1항 제1호 등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헌법재판소 2025. 11. 27. 선고 2021헌마1053 결정). 이번 결정은 과거 2015년 동 조항에 대한 합헌 결정(2013헌마517)의 논거를 답습하며, 청소년을 주체적인 미디어 이용자, 권리의 행사자가 아닌 단지 ‘보호와 규제’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완고한 국가 후견주의적 시각을 재확인하고, 연령 확인을 위해 본인인증 절차를  강제함으로써 성인을 포함한 모든 인터넷 이용자들의 프라이버시도 크게 저해한다는 점에서 유감스러운 결정이다. 

헌재 다수의견은 “본인인증 조항은 인터넷게임 과몰입 방지를 위한 수단으로, 그 주요 목적은 구 게임산업법이 마련하고 있는 청소년에 대한 연령 차별적 통제수단들을 보다 실효적으로 보장하는 데에 있다”고 하며, “연령 차별적 통제수단들이 실효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이용자의 연령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런데 게임물 관련사업자가 인터넷상에서 본인인증 절차 없이 이용자의 실명이나 연령만을 정확하게 확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본인인증 조항은 정보수집의 범위를 최소화하고 있고, 회원가입 시 1회 본인인증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것이 이용자에게 중대한 장벽으로 기능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특히, 세계보건기구가 2019년 게임 이용 장애(Gaming Disorder)를 질병으로 분류한 점 등을 언급하며, “청소년은 성인보다 자기통제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게임과몰입에 보다 취약하다”, “청소년의 게임 이용률이 다른 세대와 비교해서 매우 높은 편이다”, “ 가상현실(VR), 메타버스 등의 기술이 도입된 새로운 유형의 게임은 청소년에게 전통적 게임보다 더 강한 몰입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확인되고 있다”고 하며, 청소년의 인터넷게임 과몰입 문제는 제도적 대응이 필요한 사회적 문제로서 본인인증 조항을 통하여 이를 예방할 필요성이 여전히 크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는 청소년의 주체적인 미디어 이용자로서의 지위와 권리를 격하시키고, 청소년의 행복추구권과 자율성을 침해하는 결정이다. 

전 세계적으로 게임을 법으로 정의하여 규제하는 나라는 없다. 게임 즉 승패 또는 실적을 목표로 실력을 겨루는 행위는 그만큼 우리 삶의 한 부분이다. 게임산업진흥법상 게임의 정의도 “컴퓨터 프로그램 등 정보처리 기술이나 기계장치를 이용해 오락을 할 수 있게 하거나, 여가 선용·학습·운동 효과를 높이기 위해 제작된 영상물, 혹은 그 이용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기기 및 장치”로 되어 있다. 이 폭넓은 정의 즉 ‘컴퓨터와 영상물을 이용한 오락행위 기기 및 장치’에 포함되지 않는 현대영상물은 무엇이 있을까? 인스타그램과 넷플릭스는 오락을 위해서 보는 것이 아닌가? 실제로 게임은 위와 같이 폭넓게 정의하든, MMORPG로 한정하든 단순한 놀이 도구를 넘어 현존하는 모든 미디어 기술을 집약한, 가장 진화한 형태 중 하나인 미디어다. 게임은 개발자가 구축한 세계관 속에서 사용자가 직접 참여하고 선택하며 이야기를 완성해 나가는 초대형 쌍방향(Interactive) 미디어이자, 사람들이 모여 대화하고 연대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청소년들의 경우 성장하는 ‘디지털 광장’의 역할도 하고 있다. 청소년의 ‘과몰입’, ‘중독’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이렇듯 선진적인 미디어인 인터넷 게임 이용에 있어 청소년을 차별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연령 확인을 강제하는 것은 청소년의 미디어 이용자로서의 주체성과 자율성을 무시하는 것이다. 게임중독은 틀림없이 존재한다. 그러나 독서중독, 공부중독, 운동중독, 일중독도 존재하지만 이들 행위에 대해서 연령인증을 강제하지 않는 것은 그 자체가 해악이라기 보다는 문화와 성장과정으로부터 불가분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청소년 역시 대한민국 헌법 제10조가 보장하는 행복추구권의 온전한 주체다. 행복추구권은 스스로의 여가 활동을 선택하고, 그 안에서 성취감과 사회적 관계를 형성할 자유도 포함한다. 국가가 청소년의 게임 이용 행위 자체를 잠재적 중독이나 위험으로 규정하고 강제로 통제하는 것은 이러한 청소년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청소년이 자율적으로 자기 삶을 통제하고 성장할 기회를 박탈하고, 자녀의 여가 생활에 대한 가정의 자율적 관리, 교육의 기회도 박탈하는 것이다. 

또 심각한 문제는 청소년 보호라는 명목하에 도입된 ‘연령 확인을 위한 본인인증 의무화’가 청소년을 넘어 성인을 포함한 모든 국민의 기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국가가 전 국민의 온라인 활동 시 본인인증을 거치도록 강제하고 개인정보와 인터넷 활동 내용을 상시적으로 노출하도록 만드는 것은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통신의 자유, 표현의 자유 등 전체 시민의 자유도 위협하는 결과로도 이어진다. 

본 결정의 소수의견에서는 이러한 비판점을 잘 견지하고 있다. 소수의견은 “인터넷게임 이용행위는 자유를 그 본질적 요소로 하는 놀이행위이므로, 그 이용행위에 대한 국가의 개입이나 규제는 매우 신중하여야 한다. 인터넷게임 과몰입 및 중독이 이로 인해 야기된다고 일컬어지는 해악들의 직접적인 원인인지 여부가 불분명한 이상, 게임과몰입 및 중독 예방이라는 입법목적은 국가가 추구할 수 있는 정당한 공익이 될 수 없으며, 이는 규제대상이 성인인지 청소년인지를 불문하고 동일하다”고 하며, “가사, 입법목적의 정당성을 일부 인정하더라도, 인터넷게임의 이용을 위하여 본인인증을 받도록 하는 것은 감시와 통제의 가능성을 야기하여 인터넷게임 이용자의 자유를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인터넷게임 과몰입은 개인적ㆍ심리적ㆍ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므로 단순한 이용 규제보다는 예방 교육, 상담 체계 강화, 정책 개발, 건강한 여가문화 조성이 근본적 해결책이고,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 정하고 있는 본인인증 방법들은 국민 누구나 보편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어서 인터넷게임의 이용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이 생겨날 수 있으며, 공인인증기관이나 본인확인기관에 의해 수집된 개인정보가 유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게임산업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으므로,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했다. 

또한 “설령 본인인증이 청소년의 게임과몰입 예방을 위한 조치로서 입법목적 달성에 일부 기여한다고 보더라도, 해당 조치는 청소년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며, “‘청소년 보호법’은 청소년의 건전한 인격 형성을 위해 청소년유해매체물이 아닌 이상 청소년과 그 보호자 및 관련사업자 등의 자율적 노력을 통해 청소년이 그 나이에 맞는 매체물을 향유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본인인증 조항은 인터넷게임을 이용하기 위해 회원가입을 하는 경우 예외 없이 본인인증을 거치도록 하고 있으므로, 청소년의 자율성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했다. 나아가 본인인증을 거치지 않고 이용자의 실명 및 연령만을 확인하게 하거나, 청소년 보호 필요성이 있는 게임물로 본인인증 대상을 한정하더라도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음에도 일률적으로 모든 게임에 대해서 회원가입시 본인인증 절차를 거치도록 강제하는 것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도 어긋난다고도 보았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청소년에게 인터넷 매체, 디지털 매체는 유해한 매체가 아니라, 타인과 연대하고 정체성을 형성하는 삶의 장이자 헌법 제10조가 보장하는 자율적 인격발현의 핵심 무대이다. 이러한 미디어 이용에 있어 청소년을 단지 통제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은 급변하는 디지털 문명 속에서 청소년의 주체적 시민권을 후퇴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나아가 ‘청소년 보호’라는 명분으로 한 번 작동하기 시작한 국가의 규제 메커니즘은 청소년이라는 특정 집단을 넘어, 결국 연령, 신원 확인을 위한 각종 조치를 통해 전 시민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과 ‘익명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전 세계적으로 청소년의 소셜 미디어와 AI 사용 규제가 활발하게 도입, 논의되고 있는 시점에서 입법부와 사법부가 본 결정 소수의견의 문제의식을 견지하여 관련 규제를 논의하고 개선하기를 바란다. 

2026년 5월 28일

사단법인 오픈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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