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최초의 종합적 트랜스젠더 군복무 연구 공개, 이제 제도 개선으로 이어져야
국방부가 ‘국가안전보장·국방’을 이유로 비공개했던 「성전환자 현역복무 관련 연구」 보고서(이하, 보고서)가 공개됐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지난 2월 해당 보고서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한국국방연구원이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2호를 근거로 비공개 결정을 내리자, 그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국방부가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연구의 내용이 확인됐다.
비공개 결정은 정당하지 않았다
공개된 보고서의 상당 부분은 장병·국민 인식조사, 국내외 법·제도 분석, 해외 사례와 정책 시나리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내용이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는 비공개 사유와 실제 보고서 내용 사이의 관련성을 찾기 어렵다. 국방부와 한국국방연구원은 비공개 당시 어떠한 구체적 위험이 발생하는지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채 보고서 전체를 비공개했다. 국방부는 왜 이 연구 결과를 ‘국가안보’를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는지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내놓아야 한다.
보고서가 비공개 대상이 아니라는 점은 연구 내용 자체가 잘 보여준다. 한국국방연구원은 이 연구를 수행하면서 병 4,000여 명, 간부 1,500여 명,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병무청·군인권센터·의료전문가·변호사 등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했으며, 미국·영국·호주·캐나다·이스라엘 등 해외 군의 사례를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이는 ‘국가안보’의 이름으로 감춰야 할 내용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적 논의의 출발점이 되어야 할 공공 정보다.
보고서가 보여주는 것: 찬반이 아니라 제도 설계의 문제
이번 보고서는 대한민국 국가 차원에서 트랜스젠더의 군복무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룬 최초의 연구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보고서는 국제규범과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의 권고, 트랜스젠더에 관한 외국의 입법례, 우리나라의 법령과 민·형사상 판례의 변화 등을 폭넓게 검토했다. 트랜스젠더의 군복무 문제를 군사적 측면에만 한정하지 않고 법률적·인권적 측면과 장병 및 국민의 인식까지 함께 살펴보면서 다양한 정책 방안을 검토했다.
보고서에는 장병과 국민을 대상으로 한 인식조사도 담겨 있다. 그러나 찬반 여론조사 결과만으로 트랜스젠더 병사의 군복무 여부를 결정할 수는 없다. 이분법적 성별을 전제로 설계된 병역제도가 성별정체성이 다양한 사람들을 어떻게 포괄할 것인지,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차별과 인권침해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가 제도 개선의 핵심이다.
그렇다고 인식조사를 무시할 필요도 없다. 국민 1,000명 조사에서 적극 허용 8.4%, 조건부 허용 42.2%, 원칙적 제한·예외적 허용 29.2%로 나타난 반면 복무 제한은 20.2%에 그쳤다. 복무 가능성을 일정한 조건 아래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한 의견보다 훨씬 높다. 트랜스젠더 간부 복무에 대해 간부 집단에서 부정적 응답이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그 간부 집단에서도 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이 더 높게 나타났다. 개인적인 수용 여부와 실제 군 조직에 미치는 영향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막연한 우려만으로 복무를 제한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고 이를 예방·관리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보고서는 법적 성별·성전환 수술 여부·복무 중 성전환 여부 등에 따라 다양한 복무 인정 방안을 검토하고, 상담과 의료지원, 신상비밀 보호, 차별 방지, 교육 지침 마련 등 제도적 보완의 필요성도 함께 다루고 있다. 군의 임무 수행과 인권 보장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 설계를 통해 함께 달성해야 할 과제다.
보고서 공개는 시작이어야 한다
이번 보고서는 국가 차원에서 처음으로 트랜스젠더 군복무 문제를 종합적으로 연구했다는 사실 자체로 중요한 출발점이다. 국가가 실태조사를 실시하는 이유는 현실의 문제를 정확하게 발견하기 위해서다. 문제를 확인했다면 그에 맞는 정책을 설계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예산을 배정하며, 필요한 법·제도적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실태조사가 단순한 현황 파악에 그치지 않고 실행력 있는 정책과 예산, 법·제도의 개선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진정한 국방의 혁신이 이루어질 수 있다.
특히 트랜스젠더 군인은 이미 존재한다. 故 변희수 하사가 우리 사회에 던진 질문은 바로 이 현실에서 출발했다. 트랜스젠더 군인의 존재를 부정하거나 기존의 성별 구분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도에서 배제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서는 안 된다. 존재하는 사람을 제도에 맞추어 지우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존재하는 사람을 포괄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는 것이 국가의 책임이다.
국방부가 이번에 연구보고서를 공개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보고서의 공개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어야 한다. 오픈넷은 국방부가 연구 결과를 다시 서랍 속에 넣어두지 않고, 트랜스젠더 군인의 존재를 인정하며 성 정체성을 이유로 차별 받지 않고 복무할 수 있도록 사회적 논의와 제도 개선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2026년 8월 24일
사단법인 오픈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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