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법은 정치 풍자를 처벌하기 위한 우회로가 아니다
YTN의 보도는 언론윤리에 맞는지 검토 필요
헌법상 표현의 자유는 정치적 풍자와 패러디를 가장 두텁게 보호한다. 그러나 최근 경찰이 YTN 뉴스 화면과 자막을 합성한 풍자 이미지를 게시한 이용자를 업무방해 및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검거한 것은 표현의 자유 보호 원칙에 비추어 매우 우려스럽다. 또한 YTN이 해당 이미지를 “가짜뉴스”로 명명하며 사건을 보도한 것 역시 언론사 자신이 이해관계자인 사안에서 형사처벌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했어야 한다.
문제가 된 이미지는 한일 정상의 드럼 합주 장면과 윤석열 전 대통령 관련 자막을 결합한 합성 이미지다. 해당 이미지에 사용된 화면과 자막은 모두 실제 YTN의 방송물이었고, 서로 다른 시간대에 방송된 요소들을 결합해 재구성한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를 전형적인 의미의 허위사실 유포나 허위조작정보(disinformation)라고 보기 어렵다.
해당 이미지는 ‘사형이 구형된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일본 총리와 함께 드럼을 연주하는 이재명 대통령’이라는 대비를 통해 정치 현실의 아이러니를 풍자하려는 표현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처럼 서로 다른 사실들을 나란히 배치하여 정치적 의미를 전달하는 방식은 언론 보도나 시사 풍자에서 흔히 사용되는 표현 기법이다. 특정 정치인이나 지지층이 이를 불쾌하게 받아들일 수는 있지만, 불쾌감만으로 형사처벌의 필요성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무엇보다 해당 풍자물이 어떠한 실질적 사회적 해악을 발생시켰는지도 분명하지 않다. 표현에 대한 형사처벌은 타인의 권리나 사회적 법익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있을 때 최후수단으로 행사되어야 한다. 설령 일부 이용자가 해당 이미지를 실제 방송 장면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어떠한 구체적 사회적 혼란이나 실질적 피해로 이어졌는지는 제시되지 않았다. 형사처벌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오인의 가능성을 넘어 구체적인 법익 침해가 확인되어야 한다.
특히 이번 사건에서 문제되는 것은 저작권법의 남용 가능성이다. 저작권법은 단순히 저작물을 변형했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처벌하지 않는다. 대법원 역시 저작인격권 동일성유지권 침해죄는 저작자의 사회적 명예를 훼손할 위험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성립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23. 11. 30. 선고 2020도10180 판결). 단순한 변형이나 편집만으로는 부족하고, 해당 행위가 객관적으로 저작자의 사회적 평가를 침해할 위험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풍자 이미지가 저작자인 YTN의 사회적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기 어렵다. 해당 이미지는 특정 정치 상황을 풍자하기 위한 표현에 가깝고, YTN의 품성·신용·사회적 평가를 침해하려는 목적이나 효과를 가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 저작권법 제28조의 인용 규정과 제35조의5 공정이용 조항 역시 비평·풍자·패러디를 위한 저작물 활용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있다. 원저작물을 변형하는 것은 풍자와 패러디의 본질적 요소에 가깝다. 만약 원본의 변형 자체를 형사처벌의 근거로 삼을 수 있다면 정치적 풍자와 패러디 문화는 사실상 존립하기 어려워질 것이며, 저작권법이 보장하는 인용과 공정이용의 의미 역시 크게 퇴색될 것이다.
업무방해죄 적용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 업무방해죄는 타인의 업무 수행을 현실적으로 저해하는 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죄목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문제가 된 이미지는 인터넷상에서 유통된 정치적 풍자물에 불과하며, YTN의 방송 제작·송출·보도 업무 자체를 방해했다는 사정은 확인되지 않는다. 방송이 중단된 것도 아니고, 보도 활동이 마비된 것도 아니다. 언론사의 평판이나 공신력에 대한 추상적 우려만으로 업무방해죄를 적용한다면, 업무방해죄는 본래의 보호법익을 벗어나 비판적 표현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변질될 위험이 있다.
더욱이 언론 보도의 형식이나 이미지를 차용·변형하여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오래된 풍자 문화의 한 형태이다. 신문 1면을 패러디하거나 뉴스 자막을 변형하는 표현은 국내외에서 널리 사용되어 왔다. 만약 언론사 화면이나 보도 형식을 활용한 풍자 표현이 업무방해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면, 언론 보도를 소재로 한 정치적 풍자와 비판 표현 전반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에서 문제된 이미지는 특정 정치인에 대한 풍자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 표현으로 인해 불쾌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업무방해죄는 누군가의 불쾌감이나 체면 손상을 보호하기 위한 범죄가 아니다. 형사처벌은 실제 업무 수행의 침해라는 구체적 법익 침해가 확인될 때에만 정당화될 수 있다.
YTN이 이 사안을 “가짜뉴스” 문제로 프레이밍한 것 역시 문제다. 문제가 된 이미지를 “가짜뉴스”로 칭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 주장에 형사처벌의 정당성을 덧씌우는 효과를 낳는다. 물론 YTN은 언론사의 실제 기사처럼 보이도록 편집된 이미지를 통상적으로 지칭하는 의미에서 해당 표현을 사용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가짜뉴스”라는 낙인은 단순한 설명적 표현을 넘어 사회적 비난과 국가 규제를 정당화하는 강력한 언어로 기능해왔다. 허위조작정보에 해당하지 않는 풍자 표현까지 이 범주에 포함시켜 형사처벌하기 시작하면 정치적 패러디, 밈, 합성 이미지를 활용한 정치 비판 전반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는 민주사회에서 보장되어야 할 표현의 자유와 시민의 비판 문화를 심각하게 침해한다. 저작권 침해 주장에 “가짜뉴스”라는 프레임을 덧씌우는 것은 저작권법을 통한 우회적 표현규제를 사회적으로 정당화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신중해야 한다.
특히 YTN은 이 사건에서 단순한 취재기관이 아니라 저작권 침해의 피해자를 자처하며 수사를 촉발한 이해관계자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해당 사안을 마치 객관적 범죄사건인 것처럼 보도하면서 형사처벌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방송의 공정성과 이해관계 충돌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YTN의 보도가 현행 방송법 제9조 제4항의 공정성 원칙에 부합하는지에 대해서도 검토가 필요하다.
정부기관이 저작권법을 이용해 대통령 풍자를 위축시키려 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정부 홍보채널 KTV는 윤석열 대통령 풍자 영상을 제작한 가수에 대해 명예훼손이나 모욕죄 대신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며 형사고소를 진행한 바 있다. 이는 공적 기관이나 언론사가 자신들에 대한 풍자·비판 표현에 직접적인 표현규제 법리를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 저작권법을 이용해 표현물을 억압하려는 반복적인 경향을 보여준다.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해서 모든 합성 이미지와 풍자 표현을 범죄화하거나 “가짜뉴스”라고 비난할 수는 없다. 민주사회는 때로 불쾌하고 과장되며 오해의 가능성이 있는 표현까지도 감내함으로써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 이번 사건은 저작권법과 형사법이 정치적 풍자를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경찰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과도한 저작권법 및 업무방해죄 적용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언론 역시 정치적 풍자 표현을 무분별하게 “가짜뉴스”로 낙인찍어 형사처벌을 정당화하는 보도를 자제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법은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이지, 비판과 풍자를 억압하기 위한 우회적 표현규제 수단이 아니다.
2026년 6월 23일
사단법인 오픈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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